영국 정부가 '극단적 여성혐오(misogyny)'도 테러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테러 분류로는 여성혐오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가 극단적인 여성혐오를 이슬람 성전주의, 극우 극단주의 등과 같은 선상의 테러로 취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실시되면 교사, 의료 전문가, 지방 당국자는 극단적 여성혐오의 조짐이 보이는 사람을 대(對)테러 예방 프로그램 '프리벤트(Prevent)'로 인계해야 한다. 극단적 여성혐오를 보일 경우 이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미 △이슬람주의 △극우 △동물권 △환경 △북아일랜드 등과 관련된 극단주의를 '우려 범주'로 포괄하고 있다. '인셀(Incel)'도 여기에 포함돼 있기는 하다.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로, 여성에게 거부당했다며 적개심과 폭력성을 표출하는 여성혐오적 남성 하위문화를 뜻한다.
그러나 텔레그래프는 "당국자들은 이 범주(인셀)가 다른 형태의 극단적 여성혐오를 포괄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번에 여성혐오 범위를 확장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사회는 최근 극단주의 선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극우 지지자들이 수일간 반(反)이민 구호를 외치며 각종 시설에 불을 지르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동을 벌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영국 북서부 사우스포트의 한 댄스 교실에서 어린이 3명이 사망한 칼부림 사건 관련, '범인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소문에 경도돼 폭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는 허위정보였다. 헛소문 확산과 폭력 선동의 중심에는 이민자 배척, 여성혐오 등을 설파하는 영국 극우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38)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극우 인플루언서들은 영국 내 여성혐오 확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 국가경찰서장협의회(NPCC)는 지난달 23일 보고서를 통해 여성 폭력 문제가 "국가적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며 매년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가정폭력·성폭력·스토킹 등 폭력의 희생자가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NPCC는 젊은 남성들이 온라인을 통해 접한 테이트 등 극우 인플루언서에 의해 급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너무 오랫동안 정부는 온라인과 거리에서 극단주의 증가에 대처하지 못했고, 온라인에서 급진화된 청년의 수가 증가하는 것을 보아 왔다"며 "온갖 종류의 증오 선동은 우리 지역 사회와 민주주의의 구조를 파괴하고 닳게 만든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영국 내무부는 올가을까지 정책을 검토하고, 이듬해 새로운 극단주의 대응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