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을 들쑥날쑥한 형태로 설계하면 건물 온도를 최대 3도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유안 양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연구진은 삼각형 구조물을 이어붙인 것처럼 지그재그 형태로 외벽을 디자인한 건축물을 실제 제작해 이 같은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디자인을 응용하면 건물이 더 시원해져 냉방을 위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물 온도를 낮추기 위해 흔히 복사냉각 도료를 바른다. 복사냉각이란 들어오는 복사에너지보다 빠져나가는 복사에너지가 더 많을 때 그 차이만큼 열도 빠져나가 온도가 낮아지는 원리다. 보통 햇빛이 바로 내리쬐는 건물 지붕에는 복사냉각 도료를 많이 바르지만, 지붕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벽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복사냉각 도료는 적외선을 방출하는 동시에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 벽에는 지면에서 반사되는 열이 더해지기 때문에 복사냉각 도료를 바르면 더 많은 열을 흡수해 오히려 건물 온도가 올라갈 수 있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이 고안한 아이디어가 지그재그 형태로 들쑥날쑥한 외벽 디자인이다. 태양을 향하는 면에는 지붕에서처럼 복사냉각 도료를 발라 빛을 방출시키고, 반대로 땅을 향하는 면에는 빛을 반사할 수 있는 다른 도료나 금속 필름을 붙여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햇빛과 지면 열을 모두 차단해 건물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미국 뉴저지주에 지그재그 외벽 구조를 가진 건축물을 실제로 제작해 효과를 실험해봤다. 그 결과 외벽이 평평한 일반 건물보다 지그재그 구조인 건물의 온도가 2.3도 정도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지면 온도가 56도까지 치솟았던 오후 1~2시에는 3.1도가량이나 온도가 떨어졌다.
연구에 참여한 치롱 청 연구원은 "이미 지어진 건물은 외벽을 지그재그 형태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골판지 패널같이 굴곡 있는 자재를 이용해 개조한다면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