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중 첩첩한 숲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던 중, 눈부신 광채가 시야를 사로잡았다. 이른 새벽 촉촉한 풀잎에 맺힌 이슬이라 여겼던 것은 놀랍게도 거미줄이었다. 평범한 거미줄과는 사뭇 다른 형태와 찬란한 빛깔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오묘하게 변화하는 빛깔은 마치 신비로운 조형물 같았다.
그때, 어둠 속에서 한 마리 거미가 나타나 정교하게 짜인 거미줄 사이를 오갔다. 마치 미로를 탐험하듯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잠시 후, 운명처럼 거미줄에 걸려든 곤충 한 마리. 거미는 번개같이 달려들었지만, 곤충은 기적적으로 탈출했다. 허탈한 표정으로 멈춰 선 거미를 보며 나 역시 허탈감에 휩싸였다.
그 순간, 거미줄이 마치 인간의 집과 닮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거미에게 거미줄은 단순한 그물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공간이다. 먹이를 사냥하고,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후손을 번식시키는 모든 활동이 거미줄 안에서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집은 삶의 터전이다. 각자의 취향과 생활 방식을 담아 꾸민 공간에서 우리는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으로 많은 사람이 주거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집을 소유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삶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거미줄을 바라보며 문득 집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집이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보금자리이자, 행복을 키워나가는 공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