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결심하는 데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침묵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당내 유일한 계파(아소파) 수장이자 영향력이 막강한 아소 전 총리가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자 연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소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불출마 발표 전날인 지난 13일 밤 측근들과 기자회견 원고를 다듬었고, 이튿날 아침 아소 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를 전했다. 아사히는 "아소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와 통화를 마친 뒤 당황해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주를 불출마 선언의 마지노선으로 봤다. 자민당은 20일 선거일을 확정할 예정인데, 이후 불출마를 발표할 경우 등 떠밀려 선언하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아소 전 총리가 지지를 표명했다면 기시다 총리의 결정이 달랐을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부터 아소 전 총리를 여러 차례 만났다. 그러나 아소 전 총리는 이때마다 기시다 총리의 낮은 지지율을 지적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당내 일부 계파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개최하면서 후원금을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일본 집권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면서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수개월째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에 머물렀다. 아소 전 총리의 측근은 아사히에 "아소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에게 '지지율을 생각하라'고 했고, 총재 선거일 확정 전까지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으면 지원은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와 아소 전 총리 사이에는 지지율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비자금 스캔들 대응을 두고도 대립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월 당내 계파 해체를 선언했는데, 아소 전 총리는 이때 기시다 총리에게 불만을 표출하며 아소파 해체를 거부했다.
당내 유일한 계파이자 소속 의원 54명을 이끄는 수장인 아소 전 총리의 결심은 차기 총재 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총재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인사들은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당 간사장은 기시다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한 14일 도쿄 시내 한 식당에서 아소 전 총리와 만났다. 아소파 소속인 고노 다로 디지털장관도 아소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아소 전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당분간 침묵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소 전 총리는 주변에 9월이 되기 전 의사를 밝히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소 전 총리에 맞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누구를 지지할지도 관심사다. 니혼게이자이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과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스가 전 총리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