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기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4개월 만에 2%대로 내려갔다.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는 만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달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9% 상승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달(3.0%)보다 상승 폭이 0.1%포인트 줄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0%)도 밑돌았다. 물가의 단기 변동 흐름을 보여 주는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로 전문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2%, 전월 대비 0.2% 각각 올랐다.
연간 전체 항목 CPI 상승률은 2021년 3월, 근원 CPI 상승률은 2021년 4월 이후 최저 수치다.
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해 지난해 6월 이후 3%대를 유지해 왔다. 올 1~3월 예상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연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목표치(2%) 달성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지만, 4월부터 둔화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연간 CPI 상승률은 △1월 3.1% △2월 3.2% △3월 3.5% △4월 3.4% △5월 3.3% △6월 3.0%다.
이날 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하회하며 연준이 9월 17,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초 이미 다음 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상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확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지난해 7월 금리를 5.25%에서 5.5%로 0.25%포인트 올린 뒤 1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7월 고용 보고서에서 실업률이 거의 3년 만에 최고치이자 연초 3.7%보다 0.6%포인트 높은 4.3%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 시장은 연준 금리 정책 기조 전망을 빠르게 수정했다. 연준의 임무는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 두 가지로, 이제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게 파월 의장 예고다.
관심사는 9월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내릴지다. 시장 일부에서는 평소 같은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하 가능성도 점친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토머스 바킨 총재는 지난 8일 온라인 행사에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 확대가 계속될 것”이라며 “(금리를) 점진적으로 부드럽게 조정할지, 아니면 과감한 조치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