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드립니다. 가족들을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도시 데이르알발라의 알아크사 병원에서 한 남성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통곡을 터뜨린 당사자는 가자 주민 모하마드 아부 알쿰산. 그는 막 지역 주민센터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사흘 전 태어난 쌍둥이 남매 아이셀과 아세르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출생신고서를 챙기며 들떴던 마음도 잠시, 귀가 도중 이웃이 전화를 걸어 왔고 알쿰산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집을 강타해 쌍둥이 자녀와 아내, 장모가 모두 목숨을 잃었다는 비보였다. 전쟁 속에서도 축복처럼 태어난 아이들을 호적에 올리는 사이, 포화가 온 가족을 앗아간 것이다. 알쿰산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겠다. 축하할 시간조차 없었다"며 울부짖었다.
이러한 비극이 알쿰산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3만9,790명을 넘겼다. 최소 1만6,400명은 어린이였고, 이 중 115명은 아이셀·아세르처럼 '전쟁 후 태어나 숨진' 신생아였다. 유엔은 어린이 1만7,000명이 고아가 됐다(2월 기준)고 집계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알쿰산도 그간 단 한 순간조차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지난해 7월 결혼한 그는 가자 북부에 있던 삶의 터전을 버리고 가족과 함께 데이르알발라로 대피했다. 임신한 아내 주마나 아라파를 위해 좀 더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일념에서였다. 이달 10일 쌍둥이를 낳은 뒤 아라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적'은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폭격에 바스라졌다. 이 같은 인도주의 참사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전쟁을 장기화하려고만 할 뿐, 휴전을 성사시킬 의지가 없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스라엘군은 알쿰산 가족 사망 관련 외신들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