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정부가 이달 말~내달 초쯤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다. 21대 국회 막판에 무산된 연금개혁을 책임지고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초점은 구조개혁이다. 여야가 이견을 좁힌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에 더해 '세대 간 형평성'과 '재정 지속가능'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통해 기금 고갈 시점을 현재 예상하는 2055년에서 30년가량 늦출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정부안이 확정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연금개혁을 포함해 교육·노동·의료 개혁과 저출생 과제 개혁(4+1)에 대한 정권 후반기 정국 구상을 국민 앞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국회 차원에서 연금개혁을 주도할 수도 있지만 대통령실과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21대 국회 당시 여야가 막판 조율했던 모수개혁만으로는 기금 고갈 시점을 7, 8년 늦추는 반면 정부안은 30년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안은 지난해 공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담긴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당시 정부는 종합운영계획에 여러 시나리오를 담았을 뿐 구체적으로 어느 방안을 추진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정부가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그동안 종합운영계획에 담긴 시나리오 가운데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지속해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강조할 부분은 구조개혁이다. 모수개혁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틀을 바꾸는 부분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정의 자동 안정화 장치를 통해서 젊은 세대도 확실히 혜택을 받게 하는 내용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과 같은 구조개혁안이 담길 예정이다.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는 보험료율을 일괄 인상하면 중장년층에 비해 오래 납부해야 하는 청년층이 반발할 가능성을 고려해 세대 간 형평성을 맞춘다는 취지다. 가령 보험료율을 13~15%로 인상하기로 하면 장년층은 매년 1%포인트나 그 이상을, 청년층은 0.5%포인트씩을 올려 목표에 도달하는 시기를 정하는 방식이다.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은 인구구조 변화나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앞서 정부는 보험료율(1998년 이후 9%)과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올해 42%에서 2028년 40%로 하향) 조정은 국회로 넘겨 비판을 받았다. 21대 국회 막판 더불어민주당이 내민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 조합도 구조개혁을 이유로 거부하며 공을 22대 국회로 넘겼다.
정부 개혁안에 담길 자동안정화장치는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스웨덴 호주 캐나다 등 24개국이 도입했다.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도 연금제도의 약자인 청년을 위한 것이라 타협의 여지가 크다.
반면 기금 소진 시점을 30년 늦추는 재정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야권과 시민사회가 강조하는 노후소득 보장과 충돌한다. 소득대체율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동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금소진 시점은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면 8년 늘어난 2063년, 18%로 인상해야 2082년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여기에 소득대체율까지 함께 올린다면 보험료율을 훨씬 더 높이거나 기금 운용 수익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에 부정적인 국민 정서와 수익률을 저해하는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선택지다.
여권 내부에선 대통령실이 정부안을 발표하고 설명하는 것이 맞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국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 공을 돌리는 게 맞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왔다. 그러나 개혁 완성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고, 대국민 설득을 통한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실이 주도적으로 정부안을 내자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