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휴전으로 이란 이스라엘 보복 공격 막는다?… 미-이란, 물밑 대화 정황

입력
2024.08.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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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협상 타결 때 보류 가능성”
‘전면전 부담’ 이란, 결과 기다릴 듯
네타냐후 의지 관건… 극우 눈치 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지도자를 암살한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가하겠다고 공언한 이란이 실행 여부를 놓고 미국 등 서방과 물밑 대화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중단이 이란이 내건 유보 조건이다.

하마스 “네타냐후, 합의에 무관심”

미국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암 연구 독려 행사 참석차 찾은 루이지애나주(州) 뉴올리언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란이 보복 공격을 미룰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게 내 기대”라고 답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대통령 전용기 내 브리핑에서 “휴전 협상 타결이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긴장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의제는 휴전 및 인질 석방 방안이다. 오는 15일 카타르 도하나 이집트 카이로에서 당사국 이스라엘과 미국·이집트·카타르 등 3개 중재국의 정보 당국자들이 모여 논의한다. 결과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겠다”면서도 “(협상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일단 하마스다. 협상 참여를 거부 중이다. 레바논 주재 하마스 대표인 아흐마드 압둘 하디는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협상 타결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네타냐후는 합의에 관심이 없다”며 “전쟁의 연장과 확대가 그가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타르 측이 하마스를 협상에 복귀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게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 얘기다. 설령 하마스가 불참해도 협상 결과가 하마스에 전달될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란은 전향적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가자 휴전 합의만이 자국에서 벌어진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 대한 이란의 대(對)이스라엘 보복을 막을 수 있다는 이란 고위 당국자 3명의 말을 전했다. 휴전 합의가 이뤄지면 보복을 자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이란이 최근 며칠간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대이스라엘 보복 관련 조율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고 귀띔했다. 이란은 전면전을 피하기를 바라며, 지금껏 휴전 협상에 간여하지 않았지만 이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로이터는 함께 전했다.

휴전안에 5개 요구 추가한 네타냐후

결국 관건은 이스라엘의 의지다. WSJ에 따르면 하마스가 상당히 약해진 만큼 휴전에 합의하고 인질을 구출할 때가 됐다는 게 이스라엘 안보 기관들의 중론이다. 인질 가족들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 소탕이 인질 석방보다 급선무라는 게 연립정부 내 극우 정치인들의 생각이며, 연정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들 눈치를 보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실제 협상 난항의 핵심 요인은 네타냐후 총리다. 이날 NYT는 입수 문서 검토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27일 네타냐후 총리가 딱 두 달 전 중재국에 제시했던 휴전안 골자에 다섯 가지의 새로운 요구를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새 요구에는 가자·이집트 국경에 대한 통제권 유지, 피란민 대상 무기 검문 등이 포함됐다. 이스라엘 협상가조차 새 요구들이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고 NYT는 전했다.

11월 미국 대선도 변수다. 가자 휴전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교 성과다. 이날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규정상 이슬람교도만 기도가 허용된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이스라엘 명칭 성전산)을 찾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내어 “도발적 행동은 긴장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한 배경이다. 하지만 F-15 전투기 50대 등 20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의 잠정 승인 사실을 국무부가 이날 발표한 것도 유대계 미국인 표심을 의식한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이혜미 기자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