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통신내역 확보로 '얼개' 완성한 공수처… 군인들 '입' 여는 게 과제

입력
2024.08.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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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7~9월 尹 통신기록 확보
수사외압 수뇌부 소통 재구성 가능
"통화 '기록'일 뿐... 진술 끌어내야"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 휴대폰 통신내역을 확보하면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한 '큰 산'을 넘어섰다. 지금까지는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통화기록을 통해 대통령 그림자를 간접적으로만 비춰볼 수 있었지만, 윤 대통령 통신내역을 직접 손에 넣으면서 당시 대통령의 행적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누가 △누구와 △언제 △얼마 동안 연락했다는 사건의 '얼개'만 드러났을 뿐, 해당 통화 등에서 어떤 내용의 대화나 지시가 오갔는지를 관련자 진술로 확인해 빈틈을 채워넣는 작업이 남아 있다.

현직 대통령 통화기록 확보 첫 사례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최근 윤 대통령 개인 휴대폰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 요청 허가서(통신영장)를 법원에 청구해 발부 받았다. 수사기관이 현직 대통령 개인 통화기록을 직접 확보한 첫 사례다. 채 상병이 급류에 휘말린 지난해 7월 19일 이후부터,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기록을 경찰로 재이첩하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9월 중순까지가 대상 기간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같은 기간 대통령실 내선번호 '02-800-7070'의 통신기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은 공수처가 이미 확보한 사건 관계자 통신내역을 통해서도 드러나 있는 상태다. 박 대령의 항명 재판 과정에서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통신내역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박 대령이 상부 지시를 어기고 채 상병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지난해 8월 2일 오전 11시 50분 이후부터, 군검찰이 이를 다시 회수한 오후 7시 20분까지, 이종섭 전 국방장관, 신범철 전 국방차관, 임기훈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등과 집중적으로 연락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전 장관과 ①낮 12시 7분(4분 5초) ②낮 12시 43분(13분 43초) ③낮 12시 57분(48초) 등 총 18분 36초간 통화했다. 윤 대통령의 두 번째 통화가 이뤄지는 사이 박 대령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직 해임을 통보받았다.

또 윤 대통령은 ④오후 1시 25분부터 임 전 비서관과 4분 51초 통화했는데, 임 전 비서관은 그 직후(오후 1시 42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해 "경북(경찰)청에서 전화가 갈 것"이라고 알렸다. 그 이후(오후 1시 51분) 이뤄진 경북청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유 관리관은 "사건 접수가 아직 안 돼 기록을 회수해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국방부 검찰단과 상의해 회수를 결정했다. '박 대령 사건 이첩'이 '기록 회수'로 뒤집히는데 윤 대통령이 개입했을 수 있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이번에 확보한 통신내역에서 추가 증거가 드러나면 윤 대통령 개입 의혹이 더욱 짙어질 수도 있다.

공수처의 남은 과제는

다만 공수처는 초반의 큰 산 하나를 넘은 것일 뿐, 앞으로도 여러 난관을 뚫어야 한다. 이미 사건 관계자 대부분의 통신내역이 확보됐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사건 관계자들과 채 상병 사건에 관해 구체적 내용까지 의견을 주고받은 직접 증거가 드러나야 수사가 진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이 관련자의 진술 또는 대통령과 통화 후 남긴 메모 등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통화한 당사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일이 공수처의 남은 최대 과제다. 하지만 이 인물들이 대부분 대통령실이나 군 관계자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유의미한 진술을 할지는 미지수다. 임 전 비서관 등은 앞선 국회 청문회에서도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대통령 업무가 대면 보고를 통해 이뤄지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통화 기록이 일부 나온 지난해 8월 2~8일은 윤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떠난 기간이다. 휴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개인 휴대폰을 사용했던 것일 뿐, 평소에는 대면이나 비화폰(도청방지 휴대전화) 등으로 보고·지시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최동순 기자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