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원전, 또 '인질'로... "핵 테러" "불장난" 희생양 된 우크라 자포리자

입력
2024.08.12 17:30
13면
'러 점령' 자포리자 원전서 화재
IAEA "핵 안전 이상 보고는 없어"
"우크라 드론 탓" vs "러 자작극"
'러 진격' 우크라군 "수천 명 투입"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내 자포리자 원전이 또다시 '전쟁 인질'로 전락했다. 이곳에서 발생한 화재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방화 책임을 떠넘기는 한편, 상대국이 "핵 테러를 모의했다"며 거친 비방전을 벌였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본토 진격으로 전쟁이 새 국면을 맞은 가운데, 원전이 전쟁의 볼모로 잡힌 위험천만한 사태를 국제사회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다.

냉각탑 화재... 러 "우크라 드론 탓"

11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의 냉각탑에서 이날 오후 화재가 발생했다. 구조대의 진압으로 불길은 약 3시간 만에 잡혔다. 하지만 냉각탑 내부가 손상됐다고 원전을 관리하는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은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성명을 통해 "원전에 있던 IAEA 전문가들은 수차례 폭발음을 들었고, 검은 연기가 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화재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핵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화재 원인을 우크라이나에 돌렸다. 러시아가 점령 후 세운 자포리자 주(州)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용 무인기(드론)를 쏘아 올려 의도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우크라이나의 핵 테러"라고 비판하면서 IAEA에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우크라는 "러 자작극"... 반복되는 핵 인질극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자작극'이라며 맞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군이 시설에 불을 지른 것"이라며 "현재 방사능 수치는 정상 수준이지만,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 점령 순간부터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 세계를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군이 공포감 조성을 위해 원전 냉각탑에서 차량 타이어에 불을 질렀다는 우크라이나 당국자 주장도 나왔다.

자포리자 원전은 개전 직후인 2022년 3월부터 러시아가 점령한 상태다. 이후 원전을 둘러싼 돌발 사고가 잇따라 국제사회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많다. 지난 4월에도 자포리자 원전이 드론 공격을 받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책임 공방을 벌였다. 당시 IAEA는 긴급 회의를 열고 '핵 재앙'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우크라 진격 일주일…"러 30㎞ 뚫려"

지난 6일부터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에 침투해 지상전을 수행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국경 내 30㎞ 지점까지 공격 반경을 넓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국경에서 각각 25㎞, 30㎞ 떨어진 톨피노와 옵스치 콜로데즈에서 우크라이나군 기동대의 돌파 시도를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의 최대 35㎞까지 진입했다고 본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 본토 공격에 투입된 우크라이나군 병력은 수천 명"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진격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쿠르스크 국경지대에서만 러시아인 8만4,000여 명이 대피한 가운데, 인접한 벨고로드주로도 전선이 확대돼 12일 주민들이 대피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조아름 기자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