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파리'와 함께 시작된 '안세영의 시간'… 특별대우인가 vs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의 제한인가

입력
2024.08.13 04:30
2면


2024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안세영(삼성생명)의 시간'이 시작됐다. "일단 대회부터 마치고"를 외치던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한체육회는 물론, 정부도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시선을 안세영에게로 돌렸다. 안세영이 쏘아 올린 업계 부조리에 대한 논란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례차례 '안세영 논란' 조사 착수

가장 먼저 칼을 꺼내 든 곳은 정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2일 배드민턴협회에 공문을 보내고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민법과 문체부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규칙에 따른 사무 검사와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의 법적 성격을 지닌다.

문체부는 안세영의 인터뷰로 논란이 된 △미흡한 부상 관리 △복식 위주 훈련 △대회 출전 강요 의혹 등에 대한 경위 파악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도 관련 문제 △협회의 보조금 집행 및 운영 실태 등을 총망라해서 들여다볼 계획이다. 조사단장을 맡은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협회부터 (조사를) 시작하고 안세영은 귀국 후 휴식이 필요하니 시간을 두고 조사할 예정"이라며 "결과는 9월 중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협회와 체육회도 금주 중 서둘러 진상조사위원회 등을 꾸리고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조사 쟁점은?

조사의 쟁점은 안세영과 같은 뛰어난 선수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구시대적 규정으로 제한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안세영이 지나친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것인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세영이 주장하는 부조리는 크게 4가지다. △협회의 선수 관리 미흡과 △구시대적 훈련 방식 △스폰서 계약 제한으로 인한 미흡한 경제적 보상 △실업 선수들의 계약금·연봉 상한제 등이다.

가장 논란이 큰 스폰서 계약의 경우, 현재 협회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 따라 "국가대표 자격으로 훈련 및 대회 참가 시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 시 홍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때 개인 후원 계약은 1개로 제한되고, 그마저도 배드민턴 용품사 및 협회 후원사와 동종업종에 대한 후원은 받을 수 없다. 선수가 추가적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돼도 국가대표가 되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이 제한되는 것이다.

실업 선수들의 계약금과 연봉은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의 '선수계약 관리 규정'에 따르는데, 입단 첫해 연봉의 상한액이 대졸은 6,000만 원, 고졸은 5,0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후 3년 차까지 연간 7% 이상 올릴 수 없다. 계약 기간도 대졸은 5년, 고졸은 7년으로 고정돼 있고, 계약금은 각각 1억5,000만 원, 1억 원을 넘길 수 없다. 이에 대해 안세영은 "모든 선수를 다 똑같이 대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진실공방 아닌 제도 개선에 초점 맞춰야

문제는 안세영의 이 같은 주장이 다른 선수들에겐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협회 또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협회는 공식 후원사에서 받는 현금과 물품으로 전체 대표팀 선수들과 주니어 선수들을 지원한다. 개인 후원 계약 제한을 없애면 특정 선수에게만 후원이 쏠려 다른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그만큼 줄고 이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실업 선수들의 연봉과 계약금도 총 300여 명의 실업 선수들이 운동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종의 울타리라는 게 배드민턴계 주장이다.

다만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이 명시하고 있는 "(선수)촌 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 "담당 지도자 허가 없이는 훈련 불참·훈련장 이탈 불가" 등이 개정돼야 한다는 데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한편 체육계에선 이번 논란이 진실공방이 아닌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안세영이나 협회 둘 중 하나의 잘못을 가려 흠집 내기를 하기보다 이번 기회에 체육계에 존재하는 구시대적 규정들을 뿌리 뽑는다는 취지로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안세영 또한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며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기 위해, 그렇게 이해해달라는 마음으로 말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