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마스크 수출 취소된 업체... 법원 "정부 보상책임 없어"

입력
2024.08.12 11:19
정부 수출 제한에 수출 못해 타격
"특별한 희생" 5억원 보상금 청구
재판부 "법률에 따른 사회적 제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당시 정부의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로 수출 계약이 취소된 업체에 대해, 정부의 별도 보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김준영)는 수출업체 A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5억 원의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5월 31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 홍콩에 KF94 마스크 500만 개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마스크 회사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020년 2월 이후 마스크 수출은 마스크 생산업자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A사의 수출 계약은 취소됐다.

A사는 식약처가 이러한 조치를 강행하면서, 보상책을 강구하지 않아 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수용·사용하거나 제한할 때는 그에 대한 보상을 법률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A사는 "(정부의 긴급조치로 인한 민간회사의 계약 취소는) 참을 수 있는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어선 특별한 희생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물리쳤다. 재판부는 이 회사의 계약 취소가 헌법 조항에 따른 제한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코로나19의 발생과 유행 과정에서 생긴 마스크 등의 물품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국민 생활의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라면서 "이는 헌법상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정한 법률에 따른 사회적 제약'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설령 이 조치가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른 '제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재판부는 "이는 보상청구권의 근거와 기준 및 방법을 법률 규정에 유보하고 있어, 이(헌법 조항)를 근거로 피고의 손실보상금 지급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보상의 근거, 기준, 방법을 정한 법률이 없어 보상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A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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