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LCC 노선 배분 경쟁서 뒤처질 듯...평가 항목 중 안전 비중 가장 높아
제주항공이 179명이 목숨을 잃은 여객기 참사로 저비용 항공사(LCC)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노선 배분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서 점유율 50%가 넘는 노선 34개를 정부가 LCC에 먼저 배분하기로 했는데 분배 평가 항목 중 안전성 비중이 30%로 가장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안전성을 평가할 때 최근 3년 사이 사고 발생 여부,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등이 반영돼 제주항공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25년 상반기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두 항공사의 점유율이 50%가 넘는 노선 34개를 LCC에 나눠준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 지붕 아래 놓이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 조치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가 운항하는 국제선 65개 중 26개, 국내선 22개 중 8개를 배분 노선으로 지정했다. 주요 배분 대상 노선으로는 중국(장자제, 시안, 베이징, 상하이 등), 일본(나고야, 오사카, 삿포로),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태국(푸껫), 호주(시드니) 등이 꼽힌다. 이 노선들 모두 국내에서 관광, 비즈니스 탑승객 수요가 많아 '황금노선'으로 불린다. 항공업계에서는 이 노선들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에 돌아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일단 경쟁자들이 줄었다. 대한항공의 중복 노선을 줄여야 하는 만큼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분배 대상에서 뺐다. LCC 중에서 장거리 노선 운영이 가능한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으로부터 프랑스(파리), 독일(프랑크푸르트), 스페인(바르셀로나), 이탈리아(로마) 등 유럽 주요 노선을 넘겨 받아 이번 분배에 큰 관심이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러 LCC들이 분배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노선 배분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았다"며 "두 항공사의 싸움에서는 제주항공이 업계 1위로 우위에 있다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참사로 배분 경쟁에서 제주항공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운수권배분규칙'에 따라 항공사를 평가해 점수에 따라 노선을 배분한다. 평가 항목은 △안전성(35점) △이용편의성(20점) △항공산업경쟁력강화(25점) △국가정책기여도(20점) △인천공항환승기여도(10점)로 총 110점으로 구성된다. 특히 안전성 평가가 약 30%로 비중이 가장 높다. 안전성 평가에서는 최근 3년 사이 항공기 사고, 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를 반영해 정량 평가하도록 돼 있다. 이번 참사는 국내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기 때문에 이 평가에서 많은 점수가 깎일 수밖에 없다. LCC업계 관계자는 "노선 배분 경쟁 강도는 상당히 치열하다"며 "평가 기준에 맞춰 준비하기 때문에 작은 차이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안전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에는 이번 노선 분배가 업계 위상을 결정짓는 변수 중 하나였다. 특히 진에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한항공 산하 LCC 통합 법인과 중장거리 노선으로 특화해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는 티웨이항공과 경쟁에도 대비해야 했다. 이에 제주항공은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정통 LCC' 전략을 선택, 이번 노선 분배에서 알짜 노선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경쟁력을 지키려 했다. 제주항공 전략은 통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탑승객이 5% 증가했고, 연 매출도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연매출 2조 원은 LCC업계에서 유일무이한 실적이기 때문에 제주항공에 노선 분배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효과적인 숫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참사로 실적이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안전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서 '정통 LCC' 전략은 의미가 퇴색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 다른 LCC업계 관계자는 "기존 흐름대로 였다면 제주항공이 많은 노선을 가져갔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젠 노선 분배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