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하반기에 주력할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나란히 인공지능(AI) 서비스 강화를 내걸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에 밀리는 데다 'AI 거품론'으로 토종 플랫폼 위기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하반기에 AI를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모색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핵심 사업인 검색·광고·커머스에 AI 접목을 강화해 플랫폼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특히 광고 분야에서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와 쇼핑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된 광고를 노출하게 하는 등 광고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9일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광고주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캠페인 예산을 최적화해 타기팅 대상에 맞춘 광고 노출 기능을 고도화하겠다"며 "네이버는 반응형 소재 대량 등록, 자동 입찰 기능 제공 등을 통해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네이버는 커머스 분야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쇼핑 기능을 강화한다. 개인화된 추천 기능을 도입해 쇼핑 동선을 간결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원하는 브랜드와 제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것. 최 대표는 "AI 추천 기능을 앞세워 브랜드 스토어를 확대하고 데이터 커머스를 도입해 시장 우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빅테크처럼 '유료 구독 모델' 도입은 하지 않는다. 최 대표는 "새로운 생성형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이용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지만 네이버 핵심 서비스인 검색·커머스에 결합한 수익 고도화에 집중할 거고 별도 구독 수익 모델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픈AI처럼 유료 구독을 확대하는 대신 네이버 스타일로 수익화를 이뤄내겠다는 뜻이다.
카카오도 빅테크를 좇는 대신 '카카오 스타일'의 AI를 추구하기로 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8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에 카카오의 강점이자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대화형 플랫폼 형태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AI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빅테크의 AI 검색 서비스나 챗봇 등은 대중화되지 못한 상황인데 카카오는 카카오톡처럼 이용자 친화적인 AI 서비스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실제 카카오는 이미지 생성 서비스인 '칼로 AI'를 최근 종료한 이후 대화형 AI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카카오가 6월 카카오브레인 인력을 흡수한 이후 AI 전담 조직 '카나나'를 새로 만들며 관련 분야를 재정비했다. 정 대표도 "비용 효율을 고려해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해 수익화 가능성을 탐색하겠다"고 했다.
빅테크 AI 서비스의 투자 대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거품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투자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비용이 수반되더라도 AI 기반의 B2C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실험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도 "AI 혁신을 통한 수익화 가능성을 적극 탐색하겠다"고 했다.
한편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하반기 신입 공개채용을 하지 않아 AI 투자 부담 때문에 비용 통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IT 기업 채용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AI 관련 인력은 신입보다 경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경력 채용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