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까지 예고하면서 앞으로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 택지를 공급하겠다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 침체의 늪에 빠진 지방에서는 수도권과 차별화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은 장기 미분양 사태가 계속되고 있고 아파트 매매가격도 내리막길이기 때문이다.
1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4,037호다. 이 중 대구 9,738호, 경북 7,876호, 충남 5,536호, 경남 5,217호, 부산 5,205호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이 5만8,986호(79.7%)에 달한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도 전국 1만4,856호 중 지방이 1만1,965호(80.5%)를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 청약도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수도권은 지난달 아파트 3,698가구 모집에 34만8,443명이 접수해 평균 청약경쟁률이 94.2 대 1을 기록했지만 같은 시기 지방은 3,139가구 모집에 2만7,747명이 접수하면서 8.8 대 1에 그쳤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에서는 아파트 할인분양과 기존 입주자 간 갈등, 준공 후 분양 연기, 시공사 경영 위기, 건설 중인 후분양 아파트의 미분양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해 초부터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신규 주택건설사업 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는 극단적 처방을 내렸고, 상업지역 주거용적률 제한·거주자 우선 공급제의 폐지 등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지방에서는 장단기 미분양 해소책의 하나로 '수도권과 지방의 이원화 주택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및 주택담보대출 정책금리 지원 △미분양 과다 지역에 대한 청약위축지역 지정과 실질적 시장 부양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8일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업구조조정(CR)리츠의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 임대 운영기간 중 취득세와 종부세 지원, 1주택자는 한시적으로 준공 후 미분양주택 첫 구입 시 특례 적용 등 지방 미분양 대책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고 지원 범위가 부족하다는 게 지역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예컨대 대구시는 정부에 미분양주택 구입 특례 조건으로 9억 원에 110㎡ 이하를 건의했지만 이번 대책은 6억 원에 85㎡ 이하로 한정됐다.
지방 미분양에 대한 걱정을 잠재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과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은 주택확대정책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지역은 미분양 해소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과거 대구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때 정부가 수도권 경기를 부양하려고 규제를 완화해 가격 상승의 기름을 부은 실패 사례가 있다"며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하는 등 지방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부동산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