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지난 6일(현지시간) 동쪽 국경을 넘어 러시아 쿠르스카야주(州)에 진입한 뒤, 사흘째인 8일에도 교전을 계속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본토 지상전은 2022년 2월 개전 이래 보지 못한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작전이다. 러시아도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이 러시아 전력에 크게 위협을 가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우크라이군의 '진짜 의도'를 둘러싼 추측도 분분하다. 예컨대 패배를 거듭하고 있는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의 주의를 잠시나마 분산시키려는, 일종의 '성동격서' 작전이 아니냐는 식의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7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어제 오전 5시 30분(모스크바 기준)부터 최대 1,000명의 우크라이나 병력이 전차·장갑차를 동원해 러시아 영토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쿠르스크를 주도(州都)로 하는 쿠르스카야주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와 이어진다.
전투 진행 상황은 불분명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적을 파괴하고 있다"고 했지만,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전투가 치열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국경 안쪽으로 10㎞가량 진군했다" "11개 마을에 진입했다" 등의 소식도 흘러나왔다.
러시아 본토 지상전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에는 우크라이나 도움을 받아 러시아에서 망명한 무장 세력이 감행한 반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정규군이 직접 개입했을 개연성이 많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지상전을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 연설에서 "침략자(러시아)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질수록 평화는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돌발 작전에 러시아도 당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도발을 감행했다"며 회의를 소집했고, 이후 우크라이나 국경으로부터 약 60㎞ 떨어진 쿠르스크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보호 조치 강화, 쿠르스크에 대한 비상사태 선포 등 조치가 뒤따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으로 진격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특정 지역을 점령하거나 러시아군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기 위해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병력 규모나 공격 강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약 970㎞에 걸친 전선 대부분에서 러시아에 밀려 고전을 거듭하는 현 상황을 러시아 병력 및 주의 분산을 통해 일부라도 해소하려는 목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은 올해 5월 3일부터 이달 2일까지, 3개월간 약 592㎢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보도했다.
유럽으로 수출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관련 시설이 모여 있는 수자를 주요 목표로 삼고 진군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수자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0㎞ 떨어져 있다. 러시아 국민들의 불안을 자극해 푸틴 대통령 입지를 흔들려 하는 것 같다는 시각도 있다. 쿠르스크 당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과의 지상전으로 러시아군 사망자도 다수 발생했고, 이 지역 주민 수천 명이 대피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무인기(드론)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