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2기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코리아팀이 선정되었다는 낭보의 기쁨은 아직도 쉽게 가시지 않는다.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계획된 기간, 계획된 예산)'으로 상징되는 우수한 경쟁력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쏟았던 노력과 열정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었다.
한국의 ‘유럽 원전 사업의 역사’는 2008년 3월 핀란드 원전 사업 개발에서 시작됐다. 한수원은 유럽 진출을 위해 별도 팀을 구성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APR1400의 유럽 맞춤형 원전으로 EU-APR1400을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4년 핀란드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아쉽게 원전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바람에 ‘최초 유럽 진출’의 꿈은 접어야 했다.
그러나 곧바로 체코의 신규 원전 추진 소식에 체코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기 시작했다. EU-APR1000을 개발해 유일하게 맞춤형 원전을 제공하고, 공기업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체코팀장을 무려 8년 동안 같은 직책에서 일하게 하는 등 고객 니즈에 부응했다. ‘한국이 모든 면에서 경쟁자인 프랑스에 앞섰다’는 체코 정부 발표는 코리아팀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체코로의 원전 수출은 ‘24조 원 규모의 2기 원전 수출’에 머물지 않는 역사적 사건이다. 지난해 UAE에서 개최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탄소 중립을 위해 22개 국가가 2050년까지 원전을 현재의 3배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 경우 수백 기의 원전 시장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 프랑스 등을 제치고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은 1,000조 원에 이르는 원전 수출 시장에 굳건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물론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 현재의 원전 산업 체계를 환경 변화에 맞게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 한전-한수원으로 이원화돼 있는 해외 사업 체계를 일원화하고, 컨트롤타워가 모호한 공공분야 산업 체계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경쟁국처럼 일사불란 수직 체계로 강화해야 한다. 소형모듈원전(SMR)에 투자하고 있는 민간기업이 원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 원전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둘째, 우수 인력의 확보 및 양성이다. 최근엔 관련학과 신입생 충원도 어려운 상황이다. 우수한 젊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적 인력 양성 방안이 절실하다. 당장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베이비붐 세대 은퇴 인력 등 관련 분야 경험이 많은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원전산업지원특별법, 원자력안전법 등 법률의 제정·개정을 통해 원전 산업이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원전산업 생태계 강화가 다가오는 원전 르네상스에 대비하는 방안이며, 에너지 산업의 미래를 튼튼히 하여 국가 지속 성장을 보장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