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월즈는 멋진 사람, 훌륭한 주지사이자 애국자입니다! 제 친구 팀 월즈를 백악관으로 보내주세요!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
"여러분이 뽑은 셔피로 주지사는 보물입니다! 열정적이고 비전 있는 리더죠. 일은 말해 뭐합니까. 미국 어디든 다리를 고쳐야 하면 저 친구에게 연락하면 됩니다!" (팀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 미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난 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유세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러닝메이트로 끝까지 고민했던 두 명이 등장했다. 부통령 후보가 된 월즈 주지사와 셔피로 주지사다. 러닝메이트 발표 직후 펜실베이니아 유세가 잡혀 있었기에 탈락한 셔피로가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쏠렸다. 기우였다. 셔피로와 월즈는 열정적으로 서로를 칭찬하며 유세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비판과 조롱이 난무하는 유세 연설 현장에서 비록 같은 당이지만 경쟁구도에 있던 두 사람이 열정적으로 서로를 칭찬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왜 이 장면에 가슴이 뭉클해졌는지 생각을 해봤다.
나는 미국 대선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결정적 계기는 2015년 선거유세에서 장애인 기자를 공개적으로 조롱한 트럼프 후보가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된 데 충격을 받아서다. 이후 미국의 유력한 정치인들이 소수자와 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에 집중해 대선을 관전 중이다. 내가 관찰한 것은 지난 9년 동안 한국도, 미국도 정치인들의 태도가 훨씬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팩트 체크를 할 시간도 없이 '뉴스 사이클'에 따라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다 보니 자극적인 발언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소수자 이슈의 경우 근본적 문제보다 그때그때의 자극적 이슈를 부각해 혐오 여론을 끌어모으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정치인들도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정치인들이 '뉴스 사이클'을 타려면 자극적 이슈를 들이대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선 경쟁자를 칭찬할 만한 마음의 여유 따위도 없어지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무플보다 악플이라고 했던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음모 이론으로 자극적인 시선을 금세 모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정치인들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다. 선거와 같이 후보자에게 큰 확성기가 주어지는 때엔 정치인의 한 마디는 더욱 파급력이 크다.
셔피로와 월즈의 훈훈한 모습을 보며 떠올린 한 장면이 있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후보에 맞서 대선에 출마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유세장에서 "오바마를 믿을 수가 없어요. 그는 아랍인이에요"라는 지지자의 말을 듣는다. 이에 매케인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답힌다. "아닙니다. 아랍계 아니고요. 오바마는 괜찮은 사람이자 가정적인 사람입니다."
당시 오바마가 아랍계라는 음모이론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파다했는데 이를 경쟁자가 바로잡다 못해 옹호를 해 주었던 것이다. 2024년 미 대선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장면이기도 하다.
정치적 성향의 양극화가 심화되면 장애를 비롯한 소수자 이슈도 그런 뉴스 사이클에 휩쓸리기 쉬워진다. 특정 소수자의 이슈가 자극적 뉴스 사이클을 타게 되면 왜곡된 관점이 빠르게 확산된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뉴스 소비자로서 양극화된 뉴스에서 물타기를 하는 건 어떨까. 자극적 뉴스는 공유 전 한번 더 의심해 보고, 잔잔하지만 다정한 이야기를 더 많이 공유해보는 것이다. 극단 사고를 중화하고 다양성을 이념이 아닌 특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회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또 아는가. 2008년 매케인같이 상대방을 칭찬할 수 있고 협력적으로 일하는 정치인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