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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염정아)은 사격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딸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다. 선수를 그만두고 경찰에 입문해 강력범죄수사대에서 맹활약 중이다. 남편 강무(황정민)는 전업주부다. 미선을 위해 속옷을 살뜰히 챙겨주고, 여러 반찬을 가지런히 준비하기도 한다. 강무의 내조는 끝이 없다. 미선이 동료들을 집에 끌고 와 회식을 할 때면 군말 없이 상을 차린다.
강무는 원래 특수부대 요원이었다. 불우한 사연으로 제대한 후 과거를 숨기고 산다. 미선은 남편을 그저 집안일밖에 할 줄 모르는 순둥이라 생각한다. 완벽한 남편은 아니나 딱히 불만은 없다. 자신을 아껴주고, 바깥일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기 때문이다.
옛 신분을 감추고 살던 강무 앞에 옛 직장 후배 희주(전혜진)가 우연히 나타난다. 희주는 거대 방위산업 비리를 쫓고 있다고 한다. 강무가 아끼던 후배이자 자신의 연인인 중산(김주헌)이 비리 조직에 납치됐다는 말을 덧붙인다. 강무는 희주를 도와 중산을 구하는 동시에 방산 비리를 파헤치려 한다. 미선이 비리와 관련된 폭력사건을 수사하면서 남편과 아내는 의도치 않게 ‘크로스’하게 된다.
신분을 감춘 남편, 첩보 활동이라는 설정은 할리우드 영화 ‘트루 라이즈’(1994)를 떠올리게 한다. ‘트루 라이즈’의 한국판이라고 할 ‘스파이’(2013)를 연상하는 이도 있겠다. 첩보원이었던 과거를 서로 숨기고 사는 부부가 주인공이었던 한국 영화 ‘오케이 마담’(2020)도 소환 가능하다.
‘크로스’는 낯익은 설정을 웃음으로 돌파하려 한다. 부하 직원 미선을 남자처럼 대하는 팀장 상웅(정만식)의 너스레, 여전히 특수요원의 본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만사에 둔감한 척하는 강무의 능청 등이 웃음을 부른다. 후반부로 향할수록 액션의 강도를 높이고 반전이라 할 장면이 끼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상투성까지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내용은 뻔하나 연기는 뻔하지 않다. 배우들끼리의 호흡이 좋기도 하다. 황정민은 자신을 소시민의 전형으로 아내를 감쪽같이 속이는 강무 역할을 하면서도 분장술에 능한 강무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방산 비리 조직에 침투할 때 짧게 보여주는 독특한 외모와 연기는 특히 눈길이 간다. 그가 한국 영화계에서 정상의 자리를 20년가량 지키고 있는 이유를 이 영화는 웅변한다.
염정아는 털털한 성격의 미선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정만식과 종종 합을 이루는 코믹 연기를 능숙하게 해내기도 한다. 등장할 때부터 물음표를 만들어내 가는 전혜진의 연기 역시 박수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