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2분기(4~6월) 영업이익으로 4,600억 원을 올렸지만 가스 판매 요금보다 가스 원가가 비싸 발생하는 미수금은 2분기에만 1,700억 원이 늘어 '누적 14조3,700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미수금을 줄이기 위해 8월부터 가스요금을 올린 효과는 3분기 실적에서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는 2분기 영업이익이 4,657억1,800만 원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1%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1분기에 이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는 호실적을 이어나가는 모양새다. 겉으로는 영업이익이 증가 추세라고 해도 누적 미수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분기에만 1,721억 원이 늘어 누적 14조3,718억 원(민수용+기타용도 합계)이 됐다.
미수금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가스 원료 비용이 가스 판매 요금보다 비싸 발생하는 '손실액'이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가스 요금이 가스 원가를 밑돌아도 앞으로 요금 조정을 통해 보전받을 수 있는 '원료비 연동제'가 있기 때문에 손실액을 '가스공사가 아직 못 받은 돈'으로 본다. 미수금은 회계상 '자산'으로 인식돼 영업이익을 계산할 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실상 손실이 14조 원을 넘어가도 가스공사가 영업이익을 수천억 원 낼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하반기부터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로 국제 가스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지만 국내 가스요금은 이를 따라가지 않았다. 2022년 이후 국제 액화천연가스 가격은 약 200% 상승했지만 국내 가스요금은 43% 인상되는 데 그쳤다. 43% 요금 인상 때 '난방비 폭탄' 논란이 일었지만 여전히 국내 가스요금은 원가의 80~90% 수준이다.
가스공사는 결국 한 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만으로는 외국에서 가스를 사들이기도 어려워, 차입금으로 가스를 들여오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가스공사의 차입금은 2021년 말 26조 원에서 2023년 말 39조 원으로 늘었다. 같은 시기 부채비율은 379%에서 483%로 상승했다. 1분기(1 ~3월) 기준 가스공사의 총부채는 46조9,000억 원이었다. 다행히 2분기에는 가스 구매 물량이 감소하는 등 차입금이 줄어 총부채가 44조4,700억 원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차입금으로 가스를 사오는 구조는 그대로다.
이런 탓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부터 가스요금을 6.8% 올렸다.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을 조금씩이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가스요금 대폭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산업부는 이번 가스요금 인상으로 3분기부터는 가스공사 미수금 증가 폭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15조 원에 근접하는 미수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 요금 인상의 필요성도 나온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수금 증가세를 멈추기 위해서는 약 10%의 인상이 필요하다"며 "추가 인상이 없다면 미수금 추가 상승이 올해 4분기에 이어 내년 1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최근 가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요금 6.8% 인상 효과와 국민 부담, 산업 상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요금을 현실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