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자격’ 안세영, LA 올림픽 뛸 수 있나…여론전 이겨야 가능

입력
2024.08.08 04:30
대표 경력 5년, 만 27세 이상 협회 규정에 걸려
올림픽은 협회 거쳐 체육회 승인도 별도 받아야
2016년 박태환도 여론 등에 업고 리우 대회 출전

안세영(삼성생명)과 대한배드민턴협회 간 갈등이 쉽게 봉합될 기미가 안 보인다. 한국에 돌아온 안세영은 "(소속팀과) 상의 후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협회는 별도의 반박자료를 내며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안세영은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친 뒤 “대표팀과 함께 가기 어렵다”는 말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이는 즉 앞으로 대표팀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선수 생활을 지속한다는 의미다. 이미 배드민턴계에서는 안세영이 특정 업체와 계약했다는 얘기도 떠돌고 있다.

일단 안세영은 대표팀을 떠나더라도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주관하는 일반 국제대회는 출전할 수 있다. 예전 이용대, 고성현 등도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를 뛰었다. 다만 협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나이 제한 항목이 있다. 국가대표 경력 5년 이상에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이면 개인 자격 출전을 허용한다. 과거엔 나이 제한 연령이 더 높았지만 2017년 국가대표를 은퇴한 신백철, 고성현의 소송을 통해 연령이 낮아졌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건 아니다. 협회는 예외 조항으로 국가대표팀 요청이 있을 경우 공로 및 연령 기준을 충족 못 하더라도 대회 참가를 허용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현재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협회가 안세영에게 국제대회 출전길을 쉽게 열어줄 리가 만무하다. 이제 겨우 올해 22세인 안세영이 소송전을 각오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 국제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는 협회의 결정만으로 이뤄지지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또 다르다. 주요 종합국제대회는 협회 추천과 별도로 대한체육회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아무리 안세영이 세계랭킹 1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개인 자격으로는 출전 장벽이 있는 셈이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의식한 듯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에 못 나가는 건 너무 야박하지 않나”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대표팀을 은퇴하더라도 협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과거 남자 단식 이현일처럼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충분히 나갈 수 있는데…”라며 올림픽 금메달을 따자마자 작심발언을 한 안세영의 처신에 안타까워했다.

종합 국제대회 출전이 막힐 경우 안세영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여론전’이다. 최고 실력을 갖춘 선수가 여론을 등에 업으면 아무래도 협회나 체육회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앞서 ‘마린 보이’ 박태환도 체육회의 ‘금지약물 등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막혔지만 여론과 사법 기관의 판단을 받아 올림픽 무대로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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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① 안세영 작심발언 후폭풍
    1. • "안세영, 협회와 갈등 없었다" 입장 밝힌 배드민턴 협회장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0710460002271)
    2. • 안세영 작심발언 배경... 관리 미흡인가, 특혜인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0616460003320)
    3. • '구시대적 운영 vs 체계적 관리' 안세영과 협회의 극명한 시각차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0615560005367)
    4. • 귀국길 오른 안세영 "한국 가서 다 얘기하겠다. 기다려 달라"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0702540004475)
    5. • “축하받아야 할 자린데…” 안세영 후폭풍에 기자회견 참석 고민한 김원호-정나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0618350004495)


파리 =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