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인터뷰, 영국 '극우 폭동'에 총리 공격… 머스크, 정치 행보 본격화?

입력
2024.08.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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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12일 인터뷰… X서 공개될 듯
영국 향해선 "내전 불가피" "이중 대응"
시선 곱지 않아... "머스크가 문제 일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가 심상치 않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에 나서는가 하면, 영국 극우 세력의 폭동과 관련해선 다소 지나친 훈수를 두며 노동당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친트럼프 행보 뚜렷... '백악관 고문 입성 논의' 보도도

7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머스크는 오는 12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와 중대한 인터뷰를 12일에 한다"고 먼저 알렸다. 이 인터뷰는 머스크가 소유한 SNS인 엑스(X)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미국 대선(11월)과 거리를 둬 왔던 머스크의 '친(親)트럼프' 행보는 최근 들어 뚜렷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직후 "나는 트럼프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는데, 지난 5월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머스크에게 백악관 고문 역할을 맡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월스트리트저널)와 맞물려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머스크는 앞선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기업 자문단으로 활동했으나,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반발하며 사임한 바 있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SNS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영국 정부를 향해선 연일 날 선 비판을 퍼붓고 있다. '어린이 댄스 교실 흉기 살인 사건'이 무슬림의 소행이라는 온라인 허위정보에서 촉발된 영국 극우 세력의 반(反)이민 폭력 시위와 관련, 영국 정부가 SNS 플랫폼 책임론을 주장하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왜 영국선 모든 공동체 보호받지 못하나"

문제는 발언 수위와 적절성 여부다. 지난 4일 머스크는 영국 거리의 폭력 시위를 담은 영상과 함께 "내전은 불가피하다"는 글을 X에 게시했다. 마치 극우 시위대를 부추기는 발언으로 비칠 법하다. 또 6일에는 "무슬림 무장 시위자들이 백인 우익을 찾아 공격했다"는 게시글을 공유하며 "왜 영국의 모든 공동체가 보호받지 못하는가"라고 썼다. 이 글에 영국 정부의 이중 대응을 지적하는 듯한 '#2단 키어'라는 해시태그도 붙였는데, 영국 극우 정당 및 활동가가 제기한 '2단 치안활동' 의혹에 동조하는 듯한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하이디 알렉산더 영국 법무장관은 "'내전'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플랫폼 소유자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머스크를 비판했다. 미 CNN방송도 "(X 소유주인) 머스크가 문제의 일부"라고 꼬집었다.

물론 머스크의 이러한 행보는 사업적 전략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과거에 정치적으로) '온건파'였던 머스크의 우경화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기업에 불리한) 세금 정책,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트럼프·공화당 지지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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