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이스라엘 기습 설계자' 신와르, 하마스 1인자 됐다… 더 힘들어진 휴전

입력
2024.08.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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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암살된 하니예 후임 새 정치국장에 임명
'신와르 제거' 노려온 이스라엘 "더 강경"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새 정치 지도자로 야히야 신와르(62)가 선출됐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로서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본토 기습 공격을 주도한 뒤 '사실상 서열 1위'였던 인물이 이제 공식적으로도 하마스 1인자가 된 것이다.

강경파 신와르가 하마스를 이끌게 된 만큼, 가자지구 휴전 협상 등을 비롯한 중동의 전운은 더 고조될 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도 더 강경해지게 됐다. '제거 대상 1순위'로 꼽는 인물을 적의 최고 수장으로 맞게 된 만큼, '전쟁 계속'의 명분을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하니예 암살 엿새 만에... 신와르 선출에 '만장일치'

중동권 알자지라방송,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6일(현지시간) "신와르가 정치국장으로 선출돼 순교자 이스마일 하니예 뒤를 잇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하니예가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된 지 엿새 만이다.

이번 결정은 50명으로 구성된 슈라위원회(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스라엘 채널12의 분석가 오하드 헤모는 "신와르는 하마스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강력한 인물이었는데, 정치국장 선출로 공식화됐다"고 평가했다. 정치국장 임기는 4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201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한 신와르는 가자 전쟁을 이끌며 실권을 잡았다. 1962년 가자지구 칸유니스 난민 캠프에서 태어났고, 1987년 1차 인티파다(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투쟁) 이후 하마스에 합류했다. 1988년 이스라엘에 체포돼 종신형을 받았지만 2011년 하마스의 이스라엘군 인질 석방 대가로 풀려났다.

신와르 선출은 '하마스는 죽지 않는다'는 메시지

신와르의 하마스 정치국장 선출은 '이스라엘에 대한 더 강력한 저항'이라는 메시지다. 하마스 주요 인사를 아무리 죽여도 '하마스는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미국·레바논에 캠퍼스를 둔 베이루트아메리칸대의 공공정책연구원 라미 쿠리는 "하마스는 집단적 리더십으로 운영된다""(이번 인선으로) 이스라엘이 누군가를 암살하면 더 급진적인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하마스 편에 선 이란 등도 환영 입장을 냈다.

가자지구 바깥에 체류하는 하마스 인사들과도 빈번히 접촉해야 하는 정치국장 역할을 신와르가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지는 불분명하다. 전쟁 이후 그는 인질을 방패 삼아 가자지구 지하터널에 은신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소통하는 인물도 극소수로 알려졌다. 다만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지도자(신와르)는 전장과 정치에서 모두 확고부동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불쾌'... 휴전 협상 더 꼬일 듯

이스라엘로선 '신와르 체제'가 불쾌할 수밖에 없다.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를 통해 "우리에게는 신와르와 하마스를 하루빨리 제거해야 할 더 많은 이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신와르에 대해 현상금 40만 달러(약 5억5,048만 원)까지 걸어 둔 상태다.

이 때문에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더 꼬일 공산이 크다. 이스라엘이 그간 휴전 협상에서 입장 번복을 거듭했다는 점에 비춰, 향후 '신와르 체제' 하마스에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등 가자지구 외부에서 진행되는 휴전 협상 진행 상황이 신와르에게 실시간 전달되기 어려워 협상 과정이 한층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