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한국 독자 핵무장의 호기

입력
2024.08.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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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체결한 준군사동맹조약은 우리에게 독자핵무기 제조를 위한 호기를 주었다. 이미 핵국가가 된 북한은 더 위협적인 핵보유국으로 행세하게 되었다. 이번 동맹조약은 포괄적전략동반자협정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의 문을 만든 것과 다름없다.

이번 협정은 김정은으로 하여금 70여 년 전보다 더 위협적인 행동을 가능케 할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올해 초 “한국은 교전하는 적국이며 이제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또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핵독트린을 헌법에 기록할 것도 지시했다.

러시아와의 조약 체결 이후, 김정은은 오만과 자신감에 넘쳐 있다. 변화된 국제 환경과 새 시대 북·러 관계의 전략적 성격에 걸맞은 위대한 국가 간 조약 체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과거 조소 시절보다 더 만족하고 안전한 양국 관계를 수립하게 되었다는 자화자찬도 내놓았다.

이렇게 지역안보환경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가능성은 우리를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의 측근이 한국이 분담금 증액 의사가 없으면 주한미군을 축소하거나 철수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해 동북아의 안보환경을 더 불안전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는 트럼프가 서방 세계와 맺은 동맹 조약들을 단지 상업적 발상으로 약화시키면서 과연 미국 우선주의를 지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의 힘을 받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즉, 전략적 힘의 우위와 외교력를 장악할 때 그것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위협적 환경에서 한국은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회원국은 핵확산방지조약(NPT) 10조 1항에 의거, 필요하다면 탈퇴할 수 있다. 탈퇴와 함께 IAEA 제재와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이 조항에 유의해 행동해야 한다. 둘째, 탈퇴 시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홍보하여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셋째, 즉각적으로 플루토늄 재처리시설을 갖추고, 핵폭탄 제조 원료를 비축해야 한다. 이 계획은 범국민적 지원을 받아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확보된 핵무기를 지역평화와 세계평화를 건설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환언하면 북·러 준군사동맹 체결을 계기로 불안전해진 지역안보와 세계안보환경은 우리에게 독자 핵무장의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켰다. 유사시 독자 핵무장의 실현 방안과 함께 한미 간의 확대억지전략을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느냐도 여전히 중대한 관심사로 남는다.


허만 부산대 명예교수·전 한국유럽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