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피와 저출산 현상의 여파가 '14억 인구 대국' 중국에까지 미쳤다.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젊은 층의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중국 내 반려동물 수가 4세 미만 영유아 수를 처음으로 추월하게 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부터 중국에서 반려동물 수가 4세 미만 영유아 수를 앞지를 것으로 보이며, 10년 안에는 영유아 인구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비교적 약한 출산율 전망과 젊은 세대 사이의 가정용 반려동물 보급률 증가로 인해, 반려동물 소유 성장세가 더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혼인 건수는 거의 반세기 만에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보도한 중국 민정부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혼인신고를 한 부부는 343만 쌍이었다. 지난해 동기(392만8,000건)보다 49만8,000건 감소한 수치이자, 10년 전(694만 건)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는 매해 상반기 혼인신고 비율이 51~54%로, 하반기보다 높다. 가장 중요한 명절인 춘제(설) 기간에 결혼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14년 이래 상반기 혼인신고 건수가 하반기보다 적었던 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뿐이다. 인구통계 전문가 허야푸 박사는 "이 같은 경향에 비춰 올해 (하반기 합산) 혼인 등록 건수는 1980년 이후 최소로 기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 신생아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했다. 하지만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허 박사의 진단이다. 그는 "작년 코로나19로 미뤄 뒀던 혼인신고가 늘었고, 2024년이 '용의 해'라 신생아 수가 반등할 수는 있다"면서도 "올해 혼인신고 감소는 내년부터 신생아 수가 다시 줄어들 것임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중국 신생아 수가 연평균 4.2%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SCMP가 전했다.
보살필 아기가 없는 젊은 중국인들이 반려동물에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중국에서는 반려동물 식품, 장난감 등 '반려동물 경제'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 컨설팅 업체 아이아이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2,953억 위안(약 56조9,014억 원)에 달했던 중국 반려동물 경제 규모는 내년 8,114억 위안(약 156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 사료 시장 규모만 해도 2030년 120억 달러(약 16조5,18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도 8%인데, 이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5% 안팎)를 훨씬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