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 승패가 달린 격전지 승부가 치열해지고 있다. 경합주(州) 레이스에서 우위를 지켜 왔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를 석 달 앞둔 지금,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 자리를 대신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세력을 포섭하고 유권자가 매력을 느낄 법한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와 함께 승부처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승기를 잡는다는 게 해리스 부통령 구상이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었던 지지율 경쟁은 해리스 부통령으로 민주당 후보가 바뀐 지 2주 만에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 CBS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지난달 30일~이달 2일, 유권자 3,102명 대상) 결과를 보면 두 후보 지지율이 각각 49%, 50%로 나타났다. 오차 범위 내 각축 상황이다. CNN방송과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각각 집계한 최근 여론조사 평균 결과도 격차가 2%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과 여성의 투표 의지가 강해진 게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은 거대 양당에서 처음 선출된 유색인종(인도·자메이카계 흑인) 여성 대선 후보다.
경합주에서도 결집 효과는 어김없다. CBS 조사 결과 7곳을 합산한 후보 지지율이 50% 대 50%로 똑같았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3개 주가 동률이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한 3곳(위스콘신·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 해리스 부통령이 앞선 1곳(네바다) 모두 오차 범위 안이었다.
해리스 부통령 경쟁력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민주당이 기대하는 곳은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남부 ‘선벨트’ 4개 주다. 경합주치고는 비교적 넉넉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고 있는 게 현 상황이지만 흑인 유권자를 상대로 한 해리스 부통령의 선전은, 가령 흑인 비율이 높은 조지아주 판세를 흔들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중도층과 온건 보수 성향 공화당 지지자도 해리스 캠프의 공략 대상이다. 이날 ‘해리스를 지지하는 공화당원’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를 지지한 유권자가 핵심 타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할 마음이 없던 경합주 무당파·공화당원 유권자를 끌어올 능력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있다는 게 캠프의 판단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염두에 둔 다른 무기는 2인자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워싱턴 자택에서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등 3명의 러닝메이트 후보를 직접 면접했다고 보도했다. 모두 저학력 백인 노동자 비율이 높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중서부 ‘러스트벨트’(오대호 인근 쇠락 공업지대)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약점(진보 성향·유색인종·여성)을 보완해 줄 중도 성향 백인 남성들이다.
해리스 캠프 주요 인사들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선거 참모 출신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오바마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셔피로 주지사가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일단 힘이 실린다. 하지만 반전(反戰) 진보파의 이탈을 부를 수 있는 선명한 친(親)이스라엘 성향이 약점으로 평가된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등 원로들이 월즈 주지사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통령 후보는 6일 저녁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 직전 공개될 공산이 크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때부터 닷새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경합주 7곳을 러닝메이트와 함께 돌며 지지를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