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여자바둑계 ‘절대권력’ 교체…최정 9단 ‘10년 천하’ 마침표

입력
2024.08.05 15:37
8월 랭킹, 김은지 9단에 1위 자리 내줘
128개월 동안 유지했던 기록 깨져

한국 여자바둑계의 절대권력이 10년여 만에 교체됐다.

5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8월 국내 여자바둑기사 랭킹을 집계한 결과, 1위 자리가 기존 최정(28) 9단에서 김은지(17) 9단으로 바뀌었다. 2010년 5월 입단한 최 9단은 2013년 12월 여자랭킹 1위에 올라선 이후 지난달까지 무려 128개월 연속 지존 자리만 고집했던 K여자바둑계 간판스타다. 최 9단은 지난 2022년 세계 메이저 기전으로 열렸던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3억 원)에선 여자기사로는 최초로 준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올 들어 뚜렷한 하락세인 최 9단은 지난 6월 개최됐던 ‘제10회 황룡사배 세계여자바둑대회’(우승상금 30만 위안, 한화 약 5,700만 원)에선 충격적인 6연패를 당하면서 최하위로 마감했다. 최 9단은 지난 7월에도 2승 2패에 그치면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 9단은 남·녀 프로기사를 통합한 8월 종합 랭킹에서도 전월 대비 6계단 떨어진 35위로 밀렸다.

반면 K여자바둑계의 미래권력으로 주목된 김 9단은 지난 2020년 1월 입단 이후, 수직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엔 무려 14승 2패 성적으로 괴력을 과시했다. 김 9단의 남·녀 통합 8월 랭킹 또한 전월 대비 15계단 상승한 32위에 마크, 개인 최고 랭킹을 경신했다.

다만, 아직까지 대세가 김 9단에게 확실하게 넘어갔단 의견엔 의문 부호도 찍힌다. 두 선수의 통산 전적에선 여전히 최 9단이 14승 5패로 앞선 데다, 지금까지 가졌던 5번의 타이틀 매치에서도 최 9단이 4번을 승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교체는 이미 시작됐단 시각도 적지 않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최 9단이 ‘에이징 커브’(시간 흐름에 따른 기량 저하) 시점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실제 김 9단은 4번의 결승에서 패한 뒤 지난해 12월 만났던 ‘제7회 해성 여자기성전’(우승상금 5,000만 원) 결승에서 처음으로 최 9단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여기에 김 9단이 3번기(3판2선승제)로 현재 진행 중인 ‘2024 닥터지(Dr.G) 여자최고기사결정전’(우승상금 4,000만 원) 결승 1국에서 최 9단에게 승리, 유리한 고지도 점령한 상태다. 전직 한국 바둑 국가대표팀 관계자는 “아직까지 최 9단이 전성기에서 완전히 내려왔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2024 닥터지’ 우승컵의 향배에 따라 두 선수의 위상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