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명예전역 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에 대해 군인권센터가 "위법이자 맞춤형 특혜"라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국민 2만2,000여 명의 반대 서명을 내세워 "군당국은 임 전 사단장의 전역심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맞은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 전 사단장은 명예 전역이 아니라 파면 대상"이라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위법한 명예전역 심사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국방부 민원실에 '임성근 명예전역 반대 범국민 서명서' 2만2,080개도 제출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23일 명예전역 지원서를 제출했다. 군인사법상 20년 이상 근무한 군인은 정년 전 스스로 명예롭게 전역할 경우 명예전역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지원서 제출 사흘 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임 전 사단장의 전역 신청을 결재했다. 해군본부 심의위원회의 전역 여부 판단에 이어 국방부의 승인을 마치면 관련 절차가 마무리된다.
군인권센터는 "군인사법상 중징계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비위 행위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고 있을 때 전역을 지원한 사람은 '전역시켜선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면서 "수사 중인 피의자는 전역 심사의 대상도 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임 전 사단장이 직접 '바둑판식 수색' 등 수색 관련 지시를 했으나, 현장의 '작전통제권'이 없어 임 전 사단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공수처 역시 임 전 사단장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해군 전역 규정에 따르면 명예전역은 5~6월, 12∼1월 중 매년 2회 제출하게 돼 있는데, 임 전 사단장이 전역 지원서를 제출한 7월 23일은 공고 기간 내에 속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당초 국방부 민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이 제지했다. 경찰은 국방부가 군사 시설로 지정돼 있다는 이유로 민원실 출입구를 펜스로 막았다. 센터가 민원실에 서명을 전달하는 장면을 취재하려는 취재진 출입도 불허했다.
결국 기자회견은 2시간 가까이 지연된 끝에 국방부 건너편 전쟁기념관 앞 인도에서 열렸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경찰의 행태가 언론사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중대한 헌법적 위반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도를 넘는 경찰의 직무집행에 대한 증거를 수집해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