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 불이 아니라 물이 없어 타들어가는 땅

입력
2024.08.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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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팔레스타인의 물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1인당 하루 물 적정 소비량은 100L다. 사람은 탈수로 인한 장기 손상 등을 예방하기 위해 최소 3L를 섭취해야 한다. 요리에도 하루 평균 2L가 필요하고 샤워를 할 때마다 5분 기준 약 40L, 수세식 변기를 쓸 때마다 약 6L의 물을 쓴다.

2019년 8월 6일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사는 17개국이 극심한 물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발표했다. 2023년 조사에서는 그 숫자가 25개국으로 늘어났다. 수질 오염과 기후 위기 등 공급 측면의 원인뿐 아니라 물 수요와 소비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WRI는 오는 2050년 세계 물 수요가 2023년 대비 20~25% 늘어나고, 2040년 무렵이면 세계 5분의 1 국가가 물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부족은 보건과 위생뿐 아니라 노동 및 경제, 식량, 에너지, 안보 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물부족 사태는 주로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최빈국이 겪고 있지만, 기후-경제적 여건과 무관하게 무력 분쟁으로도 야기될 수 있다. 미사일과 드론 폭격의 참화에 가려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물부족 사태는 이미 파국적인 수준이다. 1990년대 임시평화협정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자원의 80%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했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서안과 가자지구 등 이스라엘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지구의 물 사정은 오아시스와 사막에 대비될 만큼 대조적이었다. 알자지라 뉴스는 요르단계곡 북부 팔레스타인 목축지 주민 하루 물 소비량은 26L였지만, 정착촌 이스라엘 주민들은 매일 400~700L를 썼다고 전했다. 유엔에 따르면 전쟁 이후 상수도망이 파괴돼 트럭과 마차로 최소한의 식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도로가 끊기고 연료마저 부족해 최근 가자지구 1인당 하루 물 소비량은 2~3L 수준으로 격감했고, 그나마도 식수로서 안전하지 않은 실정이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