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처럼 쉽게 오를 수 있다면 누구도 에베레스트 등정의 꿈을 품지 않겠죠."
'월드 클래스' 성악가가 출연하는 오페라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한 편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달 18~25일 공연되는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 만년의 걸작 '오텔로'. 타이틀 롤 오텔로는 강하면서도 극적인 목소리와 급격한 심리 변화를 표현할 연기력을 갖춘 테너만 소화할 수 있어 '테너의 에베레스트'로 불린다. 서정적 음색과 힘 있는 목소리를 지닌 '리리코 스핀토' 테너로,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이탈리아 스칼라극장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무대에 선 이용훈(51)에게도 도전이 되는 작품이다.
'오텔로'는 세계 오페라 극장을 누비는 테너 이용훈을 중심으로 꾸린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8월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이 '2년 뒤 공연'을 목표로 이용훈에게 연락하며 공연 준비가 시작됐다. 이용훈은 '오텔로' 출연을 희망했고, 2017년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에서 초연한 키스 워너 연출의 '오텔로'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을 들여올 수 있는지 알아봤다. 마침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한 거장 카를로 리치의 일정과 맞았다.
이용훈은 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오페라 데뷔작으로 꿈꾼 '오텔로' 출연이 현실이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독일 공연 일정 중 2주 휴식기에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의 칼라프로 한국 오페라에 깜짝 데뷔했지만 '오텔로'를 첫 한국 오페라로 계획하고 있었다.
셰익스피어 희곡이 원작인 '오텔로'는 베니스의 무어인 용병 출신 장군 오텔로가 악인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부인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고 질투하다 살해까지 이르는 이야기다. 이용훈의 오텔로 연기는 2022년 2월 호주 시드니 공연을 시작으로 이번이 세 번째. 그는 "오페라 가수 입문 시기엔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주역으로 캐스팅되고도 리허설에도 참여하지 못한 채 커버(대체 배우)를 맡은 유럽 성악가가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며 "오텔로와 같은 마음을 느꼈던 만큼 다른 성악가의 오텔로와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외에도 출연진 면모가 화려하다. 루마니아 테너 테오도르 일린카이가 오텔로를 번갈아 맡고, 이아고 역에 이탈리아 출신 바리톤 마르코 브라토냐와 조지아 출신 바리톤 니콜로즈 라그빌라바, 데스데모나 역에 아르메니아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홍주영이 출연한다. 연주는 카를로 리치가 지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올해 9월 5~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역시 스타 성악가의 출연 소식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59)가 임세경과 번갈아 토스카를 연기한다. 루마니아 출신인 게오르기우는 1992년 데뷔 후 30년 넘게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세계적 디바다. 2002년 첫 내한 공연 이후 적지 않게 한국에서 콘서트를 열었지만 전막 오페라 출연은 2012년 야외 오페라 '라 보엠' 이후 12년 만이다.
'토스카'는 19세기 로마를 배경으로 오페라 가수 토스카와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 토스카에게 오랫동안 흑심을 품은 비밀경찰의 총수 스카르피아 사이에 벌어지는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카바라도시 역은 테너 김재형과 김영우, 스카르피아 역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 바리톤 양준모가 맡았다. 연출은 표현진, 연주는 지휘자 지중배가 이끄는 경기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