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머문다" 호텔 방화까지 한 영국 극우 폭동... 노동당 정부 '시험대'

입력
2024.08.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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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허위 정보서 시작한 폭동, 곳곳서 격화
정부 "폭도들, 후회할 것"... '엄정 대응' 강조

영국 잉글랜드 사우스포트 어린이 댄스 교실 칼부림 사건에 대한 허위정보에서 비롯된 극우 시위대의 폭동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어린이 3명을 숨지게 한 이 사건 범인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거짓 정보가 퍼진 게 직접적 원인인데, 무고한 이들을 향한 '잘못된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망명 신청자가 머무는 곳'으로 알려진 호텔에 대한 방화까지 발생했다. 2011년 경찰의 흑인 총살로 발생한 폭력 시위 이래 가장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지난달 초 출범한 노동당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도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망명 신청자 거처 추정 호텔로 몰려든 폭도들

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반(反)무슬림·반이민 등 구호로 뭉친 극우 세력의 시위는 문제의 사건(지난달 29일) 이튿날 사우스포트에서 시작해 런던, 리버풀, 브리스틀 등으로 급속히 번졌다. 일부 폭도들은 이슬람 사원 등은 물론, 도서관·경찰서와 같은 공공시설을 마구 훼손하고 있다. 상점·차량 등도 피해를 입었다. 폭동 진압에 나선 경찰관에게 벽돌을 던지는 등 폭력도 다수 발생했다. 5일 기준 420명이 체포됐는데, 구금 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잉글랜드 로더럼에서의 폭동은 특히 심각했다. 약 700명 규모인 시위대는 4일 망명 신청자 임시 숙소로 알려진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호텔로 집결해 "이민자는 영국에서 나가라" 등 구호를 외쳤다. 상당수는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한 참가자는 "우리나라를 되찾고 싶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시위는 금세 폭력 양상을 띠었다. 폭도들은 호텔을 에워싼 뒤 의자 등 각종 물건을 던졌고, 창문을 부순 뒤 내부로 무단 침입했다. 불을 붙인 쓰레기통을 깨진 창문 사이로 던지거나 건물 안쪽에서 불을 지르기도 했다. 로더럼이 속한 사우스요크셔의 시장 올리버 코파드는 "우리가 본 것은 시위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잔혹한 폭행"이라고 규탄했다.


'13년 전 폭동 강경 대응' 스타머 총리 "엄정 대응"

13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폭동'의 진압은 노동당 정부가 풀어야 할 첫 숙제가 됐다. 보수당 등 야권이 '정부 대응이 늦고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며 공세를 강화하자, 정부는 '엄정 대응'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법무부는 관련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24시간 대응팀을 가동 중이며, 내무부는 이슬람 사원 보안 인력 배치 등 조치를 도입했다. 시위 해산 등에 대한 경찰의 권한도 강화됐다.

키어 스타머 총리까지 직접 나섰다. 2011년 폭력 시위 당시 왕립검찰청장으로서 강경 대응을 이끌었던 스타머 총리는 이날 "피부색, 신앙 때문에 누군가를 표적 삼아 공격한다면 그것은 극우"라며 "폭도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소요에 가담하거나 온라인상에서 (폭력을) 부추긴 뒤 숨은 모든 사람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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