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의 쓴소리 "안 되는 건 인정하고 도전할 건 도전해야"

입력
2024.08.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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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부회장, 5월말 취임 후 첫 경영 메시지
"2분기 실적은 시황 덕분"
"성과급 예상보다 높을 것" 직원 달래기도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1일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임직원에게 쓴소리를 냈다. 5월 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새 수장을 맡은 전 부회장이 취임사 외에 사내 구성원을 상대로 공식 메시지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2분기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근원적 경쟁력 회복 없이 시황에 의존하다 보면 또다시 작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2018, 2019년 전 세계적 데이터센터 구축 바람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았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보기술(IT) 기기 판매가 급증하면서 2020~2022년에도 호황을 이어갔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이어진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반도체 업황은 침체됐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15조 원 가까운 적자를 떠안았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이 약해진 근본 원인으로 부서 간 소통 부재를 꼽았다. 이어 "현재를 모면하기 위해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와 의지만 반영된 비현실적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가 퍼져 문제를 더욱 키웠다"고 꼬집었다. 해결책은 소통 강화다. 전 부회장은 특히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것은 도전하며 투명하게 드러내서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성원 달래기에도 나섰다. 그는 "상반기에만 8조4,000억 원 이익을 달성해 2024년 경영계획 목표 대비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며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도 개선되고 있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2024년 하반기를 DS부문에 다시 없을 기회로 만들어 나가자”며 “부문장인 저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