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민중문학을 대표했고, 시와 소설을 통해 ‘구도의 여로’를 걸은 송기원 작가가 지난달 3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전남 보성 출신인 고인은 전남 해남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고인은 고교생이었던 1967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베트남전쟁 참전 이후인 1974년에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소설 부문에 각각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문인의 길을 걸었다. 6·25전쟁과 이데올로기 갈등 속에 선 인간을 보여주는 소설 ‘월행’(1979)은 전후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군부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민중문학의 일꾼이었던 고인은 ‘실천문학’ ‘민중교육’ 등의 발행인으로 활동했고, 한국작가회의의 전신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도 몸담았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시작으로 여러 필화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렀다. 시대의 가파른 벼랑에서 벗어난 적 없는 고인을 신동호 문학평론가는 "장돌뱅이 소설가"라고 표현했다.
단편소설 ‘처자식’(1984)을 내놓고 문학계에서 오랜 침묵을 지켰던 고인은 1990년대 들어 복귀해 구도를 통한 인간 구원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1995년 발표한 소설 ‘인도로 간 예수’가 대표적이다. 고인은 깨우침을 위해 인도와 네팔, 히말라야 등을 다니며 불교에서 계를 받고 수행했다.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빈소는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일 오전 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