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얼음을 우주인이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꿀 수 있을까. 실현되면 달에 거주하려는 인류의 꿈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계 과학자들의 아이디어가 모였다.
미국 우주기술 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영국우주국(UKSA)이 달에 존재하는 얼음을 식수로 만드는 방법을 찾는 '아쿠아루나 챌린지'(Aqualunar Challenge)에서 결선에 오른 10개 팀을 발표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아쿠아루나 챌린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유인 우주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 협정국인 영국과 캐나다 우주기관이 협업해 열었다. 이들의 목표는 달 표면 아래 묻힌 얼음을 식수로 정화해 인간이 우주에서 거주하는 동안 마실 물을 확보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최종 선정된 아이디어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우주인들이 실제 달에서 식수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달에 유인 기지를 건설하려면 우주인이 쓸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달 남극의 5.6%가 얼음으로 추정되기에 얼음을 녹여서 사용하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달의 얼음은 지구의 얼음과 다르다. 우선 달의 극지방은 영하 170도 정도로 매우 추워서 물이 바위처럼 딱딱하게 얼어 붙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얼음 안에 가득 차 있는 달 표토 때문에 얼음이 녹더라도 이물질이 많고 맛도 지구와 다르다. 메간 크리스티안 아쿠아루나 챌린지 심사위원장은 "지구에서 달로 물을 공급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하기에 달의 얼음을 녹이고 정화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팀은 초음파로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방법을 개발한 '루나소닉'(Lunasonic) 팀이다. 숀 플레처 영국 글래스고대 화학과 교수 연구진으로 구성된 루나소닉 팀은 얼음을 녹이고 큰 토양 입자를 제거한 뒤 초음파로 휘발성 화합물과 독성 기체를 제거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초음파를 사용하면 오염 물질을 쉽게 파괴하고 달 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최종적으로 액체에 남아 있는 표토 찌꺼기를 여과기로 걸러내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밖에도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다수 제안됐다. 영국 우주 스타트업 '레골리틱스'는 얼음을 녹여 증발시킨 다음 소용돌이로 밀어 넣어 탈수기처럼 오염 물질을 빨아들이자고 했다. '영국 행성 간 학회'(BIS)는 곡선 형태의 거울로 태양열을 반사해 얼음을 녹이는 방법을, 영국 퀸메리 런던대는 초소형 원자로로 달의 얼음을 가열하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결선에 오른 10개 팀은 팀당 지원금 3만8,500달러(약 5,300만 원)를 받아 기술을 발전시킬 기회를 얻는다. 최종 우승팀은 2025년 3월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