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유도의 차세대 에이스 이준환(용인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세계랭킹 1위를 꺾고 값진 동메달을 수확했다.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보는 재미’까지 선사한 이준환은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4년 뒤 금메달을 약속했다.
세계 3위 이준환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1위 마티아스 카스(벨기에)를 상대로 절반승을 거뒀다. 전날 허미미(경북체육회)의 여자 57㎏급 은메달에 이은 한국 유도의 두 번째 메달이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빛났다. 그는 이번 대회 32강전부터 동메달 결정전까지 모든 경기의 승패를 절반과 한판으로 가렸다. 32강전 상대 아슈라프 무티(모로코)와 16강전 상대 사기 무키(이스라엘)에겐 허벅다리걸기로 각각 절반승과 한판승을 거뒀고, 8강전에선 경기 시작 57초 만에 샤로피딘 볼타보예프(우즈베키스탄)에 어깨로메치기 한판승을 따냈다.
최근 유도계 흐름에 얽매이지 않는 행보였다. 심판으로부터 지도 3번을 받으면 승패가 갈리는 종목 특성상 이번 대회 유도 시합에서는 적극적인 공격보다 '지도 관리'로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러나 이준환은 ‘숙적’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와의 준결승전(안오금띄기 절반패)에서도 정규시간(4분) 동안 지도를 받지 않을 만큼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패하긴 했지만, 그는 연장전(골든 스코어) 돌입 후 유리한 고지(이준환 지도 1장·그리갈라쉬빌리 2장)를 점한 상황에서도 반칙승을 노리기보단 강대강으로 경기에 임했다.
압권은 동메달 결정전이었다. 그는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옷깃을 잡으며 상대를 몰아붙였고, 결국 골든 스코어 시작 48초 만에 발뒤축걸기로 절반승을 거뒀다. 결국 이준환은 이번 대회 모든 경기를 자신의 힘으로 마무리 짓고 시상대에 올랐다.
이준환은 시니어무대 데뷔해인 2022년 국제유도연맹(IJF)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유도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당시 IJF는 이준환에게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라고 극찬하며 ‘번개맨’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후에도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올해 아시아 유도선수권대회 1위 등 꾸준히 호성적을 거둬왔다.
여세를 몰아 올림픽 메달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이준환은 만족하지 않았다. 경기 후 매트 위에서 눈물을 보인 이준환은 “금메달을 목표로 평생 열심히 훈련했다. 힘들게 준비했던 과정이 떠올라 울컥했다”며 “(동메달이) 기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상대보다 실력이 부족해 동메달에 그친 것 같다. (2028)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는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며 4년 뒤를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