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친윤석열계 핵심인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한 대표를 만나 "당직 개편은 당대표가 알아서 하시라"며 출구를 열어주면서다. 그럼에도 당내 긴장은 확산일로다. 친윤 일각에선 "정책위의장 교체를 강행한다면 의원총회에서 저지할 수도 있다"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서범수 당 사무총장은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대표가 새로 왔으니 새로운 변화를 위해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지고 있는 당직자에 대해서는 일괄 사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와 논의를 거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사실상 정 정책위의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간 한 대표는 정 정책위의장의 사의 표명을 기다렸으나 답이 없자 공개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의 표명 이후 인사 방침에 대해 서 사무총장은 "일단 일괄 사퇴서를 받아본 뒤 이후에 정리를 해서 인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 측은 윤 대통령이 전날 발언으로 당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해석은 분분하다. 계파색이 옅은 비영남권 중진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당대표가 알아서 하라' 발언으로 한 대표는 오히려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정책위의장 교체든, 유임이든 앞으로 오롯이 한 대표의 판단에 따른 결과로 해석이 될 것인 만큼 이에 따르는 후폭풍도 한 대표가 혼자 감당해야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윤 대통령 발언 이후에도 정책위의장 교체를 둘러싼 찬반 양론은 여전히 뚜렷하다. 비한동훈계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알아서 하라'고만 했지 '정책위의장 교체를 지지한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의원 상당수가 정책위의장을 두 달 만에 바꿀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긁어 부스럼밖에 안 되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계파를 불문하고 의원들과 관계가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중진 의원은 "정 의장은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 일가의 법률 리스크 방어를 전담하는 등 누구보다 윤 대통령과 가깝지만 '윤핵관'과 달리 완장을 차고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평이 좋다"고 전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거취 질문을 받자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당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친한계의 인식은 정반대다. 정 정책위의장의 개인 캐릭터와 별개로 압도적으로 '변화'를 주문한 전당대회 표심을 감안하면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 정책위의장이 사표를 내지 않는 것은 한 대표에게 부담을 주려는 친윤계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 교체를 결심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헌에 따르면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서 후보를 선출하고, 이후 의총에서 추인도 받아야 한다. 추 원내대표를 설득해야 하고 의원 과반의 지지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한 대표 측에서는 후보를 누구로 할지, 어떤 교체 명분을 제시할지 등을 고심 중이다. 계파색이 옅은 정책통 중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친윤계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한 대구·경북(TK) 의원은 본보에 "정책위의장 교체에 어떤 명분이 있는지 확실치 않아 의총에서 추인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면서 "만약 추인받지 못하면 한 대표는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