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질병을 예측·관리하거나 진단을 내리는 헬스케어(건강관리) 분야 결합에 속도가 붙고 있다. AI 기술로 인한 수익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 산업 경쟁력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3개국에 AI 기반 반려동물 진단 보조 설루션 '엑스칼리버(X Caliber)' 공급 계약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엑스칼리버는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사진을 AI로 분석해 수의사의 진단을 돕는 서비스다. 병원에서 촬영한 반려견의 근골격, 흉부 등 엑스레이 사진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AI가 이를 분석해 수의사에게 알려준다. 엑스칼리버는 올해 호주를 시작으로 반려동물 최대 시장인 북미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엔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엑스칼리버의 성장 전망은 밝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펫은 지난해 동남아시아 반려동물시장 규모는 약 33억 달러(약 4조5,500억 원)로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15%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엑스칼리버의 활약은 2023년 9월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산업과 생활 모든 영역을 혁신하는 글로벌 AI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선언한 'AI 피라미드 전략'의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올해 엑스칼리버에 개·고양이 심장 크기 측정, 개 무릎 관절 평가 등 2종의 AI 자동 계측 설루션을 추가해 고도화할 예정이다.
AI와 헬스케어 분야의 결합 사례는 다양해지고 있다. 심박수나 걸음수 등 건강 지표를 모니터링할 뿐 아니라 AI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상담 등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갤럭시워치7과 갤럭시 링 등에 헬스케어 기능을 접목해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갤럭시 링은 수면 중 움직임이나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 수면 중 심박수와 호흡수 등을 분석해 건강 정보를 제공한다. 갤럭시 워치7에는 수면무호흡증 감지와 최종당화산물 측정 기능도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올해 초 AI기반 혈당관리 플랫폼인 파스타를 출시했다. 파스타는 AI기술을 활용해 사용자가 착용한 연속혈당측정기(CGM)에서 실시간 파악되는 혈당 데이터를 분석한다. 저혈당에는 당 섭취를 제안하고 고혈당이면 걷기 등 운동을 추천하며 건강 관리를 도와준다.
빅테크들도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최근 스타트업인 스라이브 AI 헬스와 함께 AI 건강코치 개발에 돌입했다. 생체 정보와 생활 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AI 도우미가 건강 관련 조언을 해주는 방식이다. 또한 오픈AI는 제약회사 모더나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약물 최적 용량 예측 작업을 위해 챗GPT도 지원하고 있다. 구글도 AI모델인 '제미나이'를 통해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특화용 모델을 개발 중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수익화가 쉽지 않다고 하지만 헬스케어 분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헬스케어 이용자들은 AI 효용성을 쉽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늘고 혁신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