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정부가 '주일미군 통합사령부 신설'에 서둘러 합의한 이유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의식한 조치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군사 협력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없었던 일'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미일은 전날 일본 도쿄에서 열린 외교·국방장관 2+2 회의에서 미군과 일본 자위대 간 지휘통제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주일미군 통합사령부 창설에 합의했다. 통합사령부는 미국 하와이에 있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아래에서 주일미군 지휘권을 일부 갖고, 자위대가 연말 출범시킬 통합작전사령부와의 조정 역할을 맡는다.
합의의 표면적인 이유는 대(對)중국 견제와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출범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강압적인 행동으로 대만과 남중국해 지역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은 이르면 올해 안에 육상·해상·항공 자위대를 일원적으로 지휘할 통합작전사령부를 출범시킨다.
그러나 통합사령부 창설을 서두르는 속내는 따로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고려해서다. 바이든 정권이 다져 온 다자 간 안보 협력, 군사 동맹 중시 기조를 유지하고자 '제도화'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바이든 정권 때 열린 마지막 2+2 회의로, 11월 미국 대선이 미일 안보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며 다자 간 안보 협력에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 미일동맹이 약화할 것을 우려한다. 일본 방위성 간부는 아사히에 "합의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빨리 결정하려는 것이 미일 정부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미일에 이어 한미일 군사 협력 체계를 강화한 이유이기도 하다. 3국은 전날 도쿄에서 한미일 국방장관회의를 개최해 3국 안보 협력을 제도화하는 첫 문서인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MOU)에 서명했다. 아사히는 "바이든 정권은 자신들이 추진해 온 다자 협력이 각료·실무자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일 간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논의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일한 피폭국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외쳐 온 일본 입장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가와사키 아키라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국제운영위원은 도쿄신문에 "북한 등 주변국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구실을 줘 핵 군축과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