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레몬맛' 먹고 사대 서는 오예진, 깜짝 금빛 총성... "마라탕 먹고 싶어 영상만 봤어요"

입력
2024.07.2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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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오예진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마지막 발에서 10.6점을 쏘고 금메달을 확정 지은 오예진은 "딱 마지막 발에 확신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예진은 28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은메달을 딴 김예지와 마지막까지 각축전을 벌이던 오예진은 "마지막 발에 '이건 들어갔다'고 싶었다. 그래서 쏜 뒤 안전기 끼우고 돌아서서 크게 소리 질렀다"고 금메달의 순간을 떠올렸다.

오예진의 금메달은 '깜짝' 메달이다. 당초 이 종목 강자 김예지가 유력 메달 후보로 꼽혔다. 오예진은 이날 결선에서도 경기 중반 연달아 9점을 맞춰 1위 자리를 김예지에게 내주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집중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평소라면 안 풀릴 때 '왜 이러지' 했을 텐데, 오늘은 유독 그런 생각보다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 밖으로 '할 수 있다', '그냥 즐겨' 이렇게 내뱉었고, 덕분에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 출신인 오예진은 금메달을 따는 순간 엄마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제주도 집에서 반려동물로 사모예드를 꼭 키울 거다. 또 엄마랑 같이 마라탕 먹으러 가고 싶다. 너무 먹고 싶어서 여기선 영상만 계속 찾아봤다"며 올림픽 이후 꿈도 전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을 따라 테스트를 보고 재미를 느꼈던 오예진은 독특한 경기 전 루틴이 있다. 사대 입장 5분 전과 입장 바로 전에 '새콤달콤 레몬맛'을 먹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점수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플레이에 집중하면서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하자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주 출신 사제가 금메달을 합작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중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사격을 시작한 오예진은 이후 제주여상 사격부로 진학했는데, 이곳에서 현재의 홍영옥 사격 국가대표팀 코치를 만났다. 제주여상 출신인 홍 코치는 지난해까지 오예진을 직접 지도하며 제자이자 까마득한 후배의 첫 올림픽 도전을 함께했다. 당시 기량이 폭발한 오예진은 고교부 9개 대회에서 9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권총 사격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던 홍 코치는 제주여상 3년, 대표팀에서 1년간 오예진을 전담 지도했다. 오예진은 존경하는 인물로 홍 코치를 꼽으며 "고등학교 시절 코치님이자 현재 국가대표 여자권총 코치님으로 계신 홍 코치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단은 대회 첫날인 27일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의 공기소총 10m 혼성 은메달을 시작으로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동메달 김우민(강원도청),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 오상욱(대전광역시청)까지 세 차례 낭보를 전했다.

대회 이틀째인 28일 사격에서 메달 두 개를 추가하면서, 우리나라의 이번 대회 성적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가 됐다.

파리 =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