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굶어 죽는 '단식 존엄사'...의사의 어머니는 왜 그 방법을 택했나

입력
2024.07.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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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비류잉 '단식 존엄사'

대만 병원 재활학과 의사인 비류잉의 어머니는 2001년 소뇌실조증 진단을 받았다. 신경세포 퇴화로 소뇌 기능이 마비돼 말기엔 반신불수가 되는 병이다. 비류잉의 어머니는 열정적으로 재활에 매달렸지만 2019년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했다. 몸을 뒤집지 못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음식 섭취도 힘들어졌다. 어머니는 딸에게 "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책 '단식 존엄사'는 삶을 쉬 포기하지 않고 19년간 꿋꿋이 투병하다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비류잉의 어머니가 존엄사를 택한 과정을 다룬다. 저자인 딸이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글로 남겼다. 슬픔을 걷어내고 건조하게 서술했다. 비류잉의 어머니가 택한 죽음의 방법은 단식. 일본 의사 나카무라 진이치가 쓴 책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를 읽고 그 방식을 택했다. 굶주림과 탈수로 인한 자연사로 눈을 감고 싶어서다. 약물 투여 등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 불법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아 택한 방법이기도 했다. 대만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의사 등의 도움을 받는 조력 존엄사는 불법이다.

2020년 비류잉의 어머니는 단식에 들어갔다. 죽과 삶은 채소로 끼니를 줄이다 10일이 지나선 아예 곡기를 끊고 기름과 연근물만 마셨다. 숙면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21일째 되는 날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저자에 따르면, 어머니는 단식 기간에 허기져 했지만 고통스러워하진 않았다. "어머니는 편안한 얼굴로 떠났다"고 회고했다.

비류잉 어머니의 선택을 통해 책은 '죽음의 자기 결정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아가 고령화 시대인 만큼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법적, 윤리적으로 논쟁적인 화두를 던져 '웰다잉'을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양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