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해 조야를 두루 접촉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미 대북 외교 전문가 그룹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또 다른 정상회담 같은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대화)가 가능할지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기가 다시 집권할 경우 김 위원장과 잘 지내겠다고 거듭 말하고 다니는데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비관의 근거는 북한이 내세우는 대화 조건이다. 김 장관은 “북한 입장을 보면 미국과의 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조건부”라고 말했다. 문제는 조건의 내용이다. 그는 “그 조건이라는 게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며 “전략자산 배제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핵 보유 인정 같은 조건들을 미국이 받아들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과 미시간주(州) 선거 유세에서 거듭 김 위원장을 거명하며 “내가 재집권하면 그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3일 논평에서 “조미(북미) 관계 전망에 대한 미련을 부풀리고 있다”면서도 가령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같은 미국의 행동 변화에 따라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민주주의진흥재단(NED),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미국 기관과 통일부가 함께 주최한 ‘2024 북한인권 국제대화’ 참석차 지난 21일 워싱턴을 찾았다. 통일부 장관의 방미는 2019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그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하고, 미 의회를 찾아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화당 소속 한국계 영 김(캘리포니아) 의원 등도 만났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북미 대화를 담당했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과도 의견을 교환했다.
김 장관은 “현재 북한은 주체 문화가 한류 문화와 긴장 관계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군사적 억제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접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캠벨 부장관에게 인권과 안보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가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