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다세대주택 지하 원룸이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대학가에 있는 이 원룸에는 창문이 전혀 없었고, 천장으로 뚫린 하수구 구멍이 지상과 연결되며 환기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에 따라 침수 사고가 우려되면서 누리꾼들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동산 유튜브 채널 '집공략'이 지난 5월에 올린 '서울대 붙은 흙수저가 현실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서울 신림동과 서울대입구역 인근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임대 매물이 소개됐다.
영상 속 매물 중 한 곳은 다세대주택 지하에 있는 원룸이었다. 그런데 원룸 내부에는 창문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여기서 (외부로) 뚫려 있는 데는 여기가 유일하다"며 손가락으로 부엌 위쪽 천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지상의 하수구 빗물받이가 있었다. 이 빗물받이 위에 덮개가 있고, 덮개에는 성인 손바닥보다 작은 구멍 10여 개가 뚫려 있을 뿐이었다. 이 구멍이 해당 원룸의 환기구인 셈이다. 임대료는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42만 원이었다.
최근 수도권 각지에 폭우가 잇따르면서 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뒤늦게 확산됐다. 한 누리꾼은 "물난리가 나면 바로 사고가 날 것 같은데 집주인이 제정신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합법인지 의심이 간다. 말이 안 된다" "하수구 뷰라니 상상도 못했다"며 경악하는 반응도 잇따랐다.
영상 속 주택이 언제 건축됐는지 정보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해당 원룸은 건축법 위반 소지가 크다. 서울 관악구청 관계자는 "영상에서 빗물받이와 이어진 부엌은 원래 '드라이 에어리어(Dry area)'로 사용돼야 하는데, 집주인이 불법 증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드라이 에어리어란 채광, 환기, 방습 등을 위해 지하실에 마련된, 외부와 이어지는 별도 공간을 말한다. 드라이 에어리어를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다.
현실이 이렇지만 지자체 단속은 쉽지 않다. 구청 관계자는 "관내에 너무나 많은 주택이 있는 만큼 수시 단속을 통해 위법 사항을 적발하긴 불가능하다"며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가서 시정명령을 내리고, 조치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악구는 주소 파악을 마치는 대로 해당 건물을 방문, 불법 건축에 대해 행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영화 '기생충'이 크게 흥행하면서 폭우 시 침수되기 쉬운 반지하 주택의 문제점이 조명됐으나, 아직도 큰 수해 때면 반지하 주택에서 사망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2022년 8월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침수 사고로 사망했다.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50대 여성이 침수된 반지하 집에서 탈출하지 못해 숨졌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사망사고가 일어난 반지하 현장을 방문, 유사한 피해 지역을 살피는 등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대표적인 침수 취약지이자 열악한 주거 형태인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며 약속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반지하 점진적 소멸' 정책에 따라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올해 상반기까지 2,946가구의 반지하를 매입, 멸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