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인 '유로2024'를 '황제 직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6, 7월 독일 전역에서 열린 경기를 수차례 관람했는데 이때마다 연방군 전용기를 활용해 약 53만1,009유로(약 7억9,700만 원)를 지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정부 주요 인사가 아닌 숄츠 총리 아내가 동행했다는 점도 뒤늦게 재조명되며 특혜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독일 언론 벨트 등에 따르면 숄츠 총리,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독일에서 진행된 유로2024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했다. 전체 관람 횟수는 총 6번으로, 이 중 4번은 숄츠 총리와 관련이 있다.
이들은 베를린에서 경기가 열리는 지역으로 이동할 때 연방군 전용기를 동원했다.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항공기 6번 사용에 약 8억 원이 들었다. 지난 19일 독일·헝가리 경기가 열린 슈투트가르트로 이동할 때는 11만4,487유로(약 1억7,200만 원)가 소요돼 '가장 비싼 비행'으로 꼽혔다. 야당인 좌파당 쇠렌 펠만 의원은 "6번 출장에 50만 유로 이상을 지출한 사람은 완전히 무책임하거나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인사들이 축구 관람을 계기로 다른 유럽 국가 지도자들과 회동했다는 점에서 '외교 행사에 따른 비용'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렇게 거센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예산 삭감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런 상황에 독일 내 이동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립정부를 구성한 녹색당의 경우 축구팬들에게 기후 보호 등을 이유로 '항공기 대신 기차를 타고 이동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런데 녹색당 소속 베어보크 장관의 경우 지난달 2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야간 비행 금지 시간에 항공기를 띄워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숄츠 총리 부인 브리타 에른스트 여사가 특혜를 누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로2024를 총괄하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분류한 주요 인사에 속하지 않는데도 군용기에 동승하고 VIP석에서 경기를 관람했기 때문이다. 좌파당 크리스티안 괴르케 의원은 에른스트 여사가 특혜를 누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비용을 물어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파트너 동반은 관행"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