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것도 까먹었다" 워싱턴서 존재감 잃은 네타냐후… 미국 민주당엔 호재?

입력
2024.07.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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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피격·바이든 사퇴·해리스 급부상 
다사다난 미 정계 "네타냐후 방미는 뒷전"
'이스라엘 지원'에 분열된 민주당은 이득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미 의회 연설 등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바이든 대통령 대선 후보직 사퇴 등 미국 정계에 파란만장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그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스라엘 지원을 둘러싸고 내분을 겪어 온 민주당으로서는 반길 일이다.

바이든 후보 사퇴에 네타냐후 '존재감 소멸'

영국 가디언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대했던 미국 방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밀려났다"고 전했다. 이번 방미 기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협상 논의도 이뤄져 가자지구 전쟁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이지만, 불과 이틀 전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시선을 완전히 뺏겼다는 얘기다.

22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네타냐후 총리는 24일 의회에서 연설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25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 탓에 사흘 미뤄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해리스 부통령(25일), 트럼프 전 대통령(26일)과도 만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네타냐후 총리 연설이 "일반적으로 몇 주간 (워싱턴에서 논란이 될 만한) 정치적 산소를 공급할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면서도 "일부 보좌진에게는 네타냐후 총리가 왔다는 사실을 일깨워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한 하원의원 보좌진은 "그 일(네타냐후 방미)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마크 포칸 민주당 하원의원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중대한 일들을 생각해 보라"며 "네타냐후가 여기 온 것은 뒷전이 됐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말했다.

분열된 민주당 "도움 돼"

네타냐후 총리의 '존재감 소멸'로 웃는 쪽은 민주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우방을 자처해 왔으나, 이스라엘에 대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지 철회 요구가 잇따랐다. 이번 연설도 보이콧 흐름이 이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해리스 부통령은 연단에 오르지 않을 것이고, 하원 민주당 의석은 공화당보다 눈에 띄게 비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민주당에서는 내부 분열을 들출 수 있는 네타냐후 총리 연설이 덜 부각될수록 좋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테레사 레거 페르난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네타냐후) 연설은 지금 당장 그리 중요하지 않고, 우리 중 일부는 그것을 (보이콧해) 중요하지 않게 만들겠다고 했고, 이는 도움이 된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물론 이스라엘이 시선을 빼앗긴 것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액시오스는 "몇몇 의원들은 해리스를 중심으로 당이 단결하고 연설이 가까워지면서, 민주당의 오랜 골칫거리인 이스라엘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한 고위급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금까지는 연설이 뒷전이지만 (연설 당일인) 24일에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 연설로도 대중의 이목을 끌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설과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도 후보 사퇴 발표 후 처음으로 연단에 오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바이든은 수요일(24일) 저녁 국민들에게 연설할 예정"이라며 "네타냐후가 의회 연설을 한 지 몇 시간 만에 관심을 다시 한번 가로채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