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어 서울까지… 문제집 그대로 '복붙'해 시험문제 낸 교사들

입력
2024.07.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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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여고 지구과학 문항, EBS와 '판박이'
98명 재시험 치러... 교육청 특별장학 실시
부산서도 기출 문제 그대로 문학 시험 출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구과학 과목 담당 교사가 기말고사 문항 다수를 시판 교재 속 문항과 동일하게 출제해 학생들이 재시험을 치르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부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서 교사들의 '문제 베끼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A고교 지구과학 교사가 출제한 1학기 기말고사 30개 문항 대부분에서 EBS 문제집 등에 실린 문항이 다수 발견됐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학생 98명은 19일 방학식을 앞두고 재시험을 치렀다.

EBS 문제집 선지 배열까지 동일... 특별장학 실시

해당 과목 시험지 중 10개 문항은 'EBS 개념완성'의 문제, 보기, 삽화, 선지까지 완전히 똑같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컨대 황사 관측 일수를 묻는 문제 22번은 함께 첨부된 한반도 지도부터 ①~⑤ 선지 배열까지 동일했다. 이 문제집 외에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등에서도 문제가 그대로 출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A고 관계자는 "전체 문항 30개 중 몇 개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수가 기출 문제나 시중 문제집에 나온 문제였다"며 "기존 기말고사가 공정성을 잃었다고 판단했고 시교육청과 상의해 재시험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 시행 지침'은 특정 문제집을 푼 학생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는 형평성 문제를 들어 시판 참고서 등의 문제를 전재하거나 일부 변경해 출제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 측은 교사가 시험 문제를 그대로 배껴낸 경위를 파악 중이다. 시교육청은 "전날 해당 사안에 대한 특별장학(현장조사)을 진행했다"며 "결과에 따라 (교사에 대해) 징계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서도... 학부모 신고로 '베낀 문항' 무더기 적발

앞서 부산 기장군의 B고교에서도 교사 2명이 문학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시중 문제집을 베껴 13개 문항을 출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B고는 당초 동일·유사 문항이 3문제 출제됐다며 알림문까지 발송했다가, 학생과 학부모의 추가 신고로 동일·유사 문항이 더 있다는 걸 뒤늦게 파악해 논란을 키웠다. 이 학교 역시 해당 문항에 대해 재시험을 실시했다.

부산시교육청은 18일 B고에 감사실 직원과 중등교육과 장학사 등 6명을 파견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시교육청은 해당 교사들이 문제를 베낀 경위와 고의성 여부, 추가 정황 유무 확인, 학교 대응 과정의 적절성 등 전반적으로 감사를 벌였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학교에서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관리돼야 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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