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리그도 뿔났다!..."선수 보호 없는 직권 남용"에 FIFA 고소

입력
2024.07.24 16:09
22면
2025년 클럽월드컵 일정 확대..."협의 없이 결정"
5월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도 FIFA 고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리그가 '직권 남용'을 이유로 국제축구연맹(FIFA)을 고소할 방침이다. 지난 5월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가 FIFA를 고소한 이후 유럽리그도 이에 동참하며 FIFA에 맞서게 됐다. FIFA가 2025 클럽월드컵 개최 일정을 놓고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BBC방송은 24일(한국시간) "33개국에서 39개 리그와 1,130개 클럽을 대표하는 유럽리그가 선수들의 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유럽리그에는 EPL을 비롯해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 스코틀랜드 리그 등이 포함됐다.

FIFPro도 성명을 통해 "경기 일정이 이제 포화 상태를 넘어섰고, 리그도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다. 선수들의 건강은 위험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FIFA의 결정은 반복적으로 자체 경쟁과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했다. 관리 기관으로서 책임을 소홀히 했으며, 리그의 경제적 이익과 선수들의 복지를 해쳤다"면서 "이번 법적 조치는 유럽리그와 선수 노조가 축구와 그 생태계 및 노동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리그와 선수들이 FIFA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이유는 무리한 경기 일정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FIFA가 2025년 클럽월드컵 개최(6월 15일~7월 13일)를 놓고 일정에 대해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부터 4년 주기로 열리는 클럽월드컵은 참가팀을 대폭 확대하고 경기 수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럽의 명문 구단에 속한 선수들은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비롯해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등 구단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각 리그 경기뿐만 아니라 각종 컵 대회, UEFA 주관 클럽대항전, 국가대표팀 경기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 가뜩이나 선수들은 한 시즌에 50경기 가까이 치르고 있어 FIFA에 체력적 부담을 호소한 바 있다.

그러나 FIFA는 오히려 유럽리그 구단들이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FIFA 측은 "현재 일정은 유럽을 포함한 모든 대륙의 대표자로 구성된 FIFA 이사회에서 포괄적인 협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이사회에는 FIFPro와 각 리그 사무국이 포함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럽의 일부 리그는 여름 투어를 선호하는 등 위선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마헤타 몰랑고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회장은 "선수들이 과로를 지속한다면 파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