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전부터 네이버의 벤처투자사에서 투자를 받고 1년 만에 500개 고객사를 모은 독특한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비결은 이 땅에 사는 사람이면 피해갈 수 없는 세금 문제를 다룬 금융기술(핀테크)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자동화한 볼타코퍼레이션의 공동 창업자 이문혁(33) 대표와 진태양(28) 기술총괄(CTO)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나 톡톡 튀는 유쾌한 창업기를 들어 봤다.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볼타코퍼레이션을 설립할 때까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둘이 만난 계기는 카카오페이에 근무하던 진 CTO가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인터넷 모임 '디스콰이엇'에 올린 인생 고백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장문의 인생 고백 글을 올렸는데 클라썸에서 일하던 이 대표가 봤어요."
이 대표는 진 CTO가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해결한 방법에 끌려 생판 모르는 그에게 사업 제안서를 보냈다. "진 CTO가 인생을 살아온 방법을 보면 무슨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사람 같았죠."
진 CTO는 이 대표의 아이디어가 10년 정도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1, 2년 하면 한계에 다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업은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 섰죠. 바로 다음 날 판교에서 이 대표를 만났어요."
당시 유명 개발자인 진 CTO는 일주일에 몇 번씩 창업 제의를 받았다. "수많은 제안서 중 이 대표의 아이디어가 가장 눈에 띄었죠. 10년 치 그림이 그려졌어요. 1시간 얘기하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창업을 결심했죠."
흔치 않은 창업 과정만큼 그들의 이력도 범상치 않다. 어려서 책 읽기를 좋아한 진 CTO는 중학생 때 도서관에 갔다가 프로그래밍 책을 읽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빠져들었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운 그는 중학생 때 매장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큰돈을 벌었다. "자영업들을 위한 소프트웨어였는데 연간 4,000만 원 이상 벌었어요. 중학생 때 2년 동안 9,000만 원 이상 벌고 개발자의 길에 눈을 떴죠."
그는 개발로 돈을 곧잘 벌면서 대학을 가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생인 주변 친구들을 보며 대학 생활에 호기심이 일었다. "학위가 필요한 게 아니라 순전히 호기심으로 24세 나이에 집에서 제일 가까운 대구 영남이공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죠."
대학 생활은 재미있었다. 다 아는 것을 배우니 공부가 쉬웠다. 덕분에 4년 내내 평점 4.5점 만점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대학을 나와서도 취직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독립 개발자로 일하며 연간 수억 원을 벌었어요. 굳이 취직할 이유가 없죠."
그런데 주변 개발자들이 회사 생활을 경험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스타트업 핵클을 거쳐 카카오페이에 입사했다. 처음에는 입사 절차가 귀찮아 카카오페이 면접을 거절했다. "한 달 동안 두 번 면접을 봐야 한대요. 귀찮아서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카카오페이에서 면접을 합쳐 기간을 줄여줬어요."
그는 카카오페이에서 1,000명 이상이 움직이는 큰 기업의 생리를 봤다. "의사 결정 과정과 조직 움직임 등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거기서 복잡한 세금계산서 발행의 문제를 알게 됐죠."
그렇게 1년 반 동안 카카오페이에서 일하고 창업을 위해 떠나려고 했더니 회사에서 파격 제안을 했다. "두 회사를 모두 다니라고 겸직 제안을 했어요. 고마운 제안이었지만 양쪽 회사에 모두 도움 될 것 같지 않아 거절했죠."
이 대표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을 박차고 나와 창업했다. 건국대 기술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전략 수립 일을 했다. 이후 한국표준협회에 입사해 4년간 스타트업 투자 심사 일을 했다. "당시 표준협회에서 스타트업 육성업체를 만들었는데 초창기 구성원으로 합류했어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이었지만 그는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회사의 성과가 아닌 개인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주저 없이 스타트업 클라썸으로 이직했죠. 클라썸의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졌죠."
괴짜에 가까운 두 사람은 창업 과정도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사명과 서비스명은 고민하지 않고 인공지능(AI)에 작명을 맡겼다. "챗GPT에 작명을 맡겼더니 볼타코퍼레이션이라는 사명과 서비스 명칭 '볼타'를 지어줬어요. 고객들은 볼타라는 명칭이 전기를 떠올리게 한다며 빠른 서비스라고 해석해요."
진 CTO가 주도한 서비스 개발은 불과 3주 만에 끝났다. "둘이서 3주 만에 개발했어요. 해외 출장 가서 새벽 4, 5시까지 일했죠. 지금도 그렇게 일해요.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이렇게 해야 돼요. 일할 때마다 성과가 나오면 피곤한 것도 잊어요."
그래서 두 사람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존이 우선 과제인 스타트업에서 워라밸을 찾는 것은 말이 안 돼요. 스타트업은 워라밸이 없는 곳입니다."
사람을 뽑을 때에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3가지를 봐요. 훌륭한 동료와 일할 때 자극받고,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자극을 주고 본인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보고 충격받는 사람을 찾죠. 이런 3가지 조건이 맞으려면 일 자체를 즐겨야 해요. 지시를 받고 일하는 것보다 스스로 찾아 일하면서 재미를 느껴야죠."
여기 맞춘 그들의 채용 전략은 소수 정예다. 현재 이 업체 직원은 6명이다. 이 대표는 소수여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스타트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인원이 늘고 민첩성이 떨어지면서 장점을 잃는 경우가 있어요. 바퀴가 많다고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 것은 아니죠. 기술의 발전으로 1인당 생산성이 올라갔으니 이런 것을 잘 활용해 소수 정예로 가야죠."
이들이 만든 볼타는 개인이나 기업의 전자세금계산서를 자동으로 쉽게 발행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다. "거래를 하면 반드시 발행해야 하는 것이 세금계산서인데 해보지 않으면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요. 특히 개인 창작자나 회사 근무 경험이 없고 처음 창업해 본 창업가들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세청에서는 홈택스를 이용한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국내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서비스가 잘 돼 있지만 개인과 기업용이 섞여 있어서 일반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요."
그래서 이들은 평소 거래가 발생하면 볼타 시스템에 기록해 놓았다가 나중에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누르면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홈택스에서 전자세금계산서 1건 발행에 평균 7분 걸리지만 볼타에서는 7초면 충분해요. 홈택스에서는 거래 자료도 엑셀 형태의 표로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데 볼타는 자동으로 관련 자료를 불러오죠."
이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로 세금계산서 예약 발행 기능을 도입했다. "법적으로 거래 행위가 일어나기 전까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못해요. 그렇다 보니 일찍 계약을 맺었는데 거래일을 잊어먹고 세금계산서를 늦게 발행해 가산금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죠. 이를 막고자 사전에 발행일을 입력해 놓으면 정해진 날짜에 맞춰 세금계산서가 발행되죠."
실수로 두 번 돈을 보내거나 못 받는 문제도 막아준다. "기업들이 실수로 거래 비용을 두 번 이체하는 경우가 많아요. 볼타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자동관리하기 때문에 이런 사고를 막아주죠. 또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세금계산서와 계좌 입금 내역을 확인해 미수금 여부를 알려줘요. 미수금도 세금계산서 발행 후 20일 이상 입금 내역이 없으면 이메일과 카톡으로 상대에게 자동 통보해 서로 얼굴 붉히며 다툴 일이 없죠."
볼타 서비스는 월 이용료를 받는 인터넷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다. "월 3건은 무료이고 3건 이상 20건 미만이면 월 1만2,100원, 그 이상 무제한 발행은 월 16만5,000원을 받아요." 이 대표는 사람을 뽑거나 세무사에게 맡기는 것보다 싸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보니 세무사들이 볼타 서비스를 이용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한다. "고객 중에 세무법인들이 꽤 있어요. 세금계산서 예약발행 기능 등은 세무사 업무를 많이 줄여줘요. 아직 1년밖에 안 돼서 매출이 크지 않다. "금액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월평균 40%씩 성장하고 있어요." 투자는 스트롱벤처스, 컴패노이드랩스, 스프링캠프 등에서 받았다.
이들은 해외 진출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만으로 충분히 사업 확장성이 있어요. 그런데 국세청이 전자세금계산서 시스템을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국가들에 진출할 여지가 생기죠."
또 AI도 도입한다. "기업 간 거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사업자등록번호나 계좌번호를 잘못 기록하는 오기죠. 사람이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AI가 이전 데이터와 비교해 입력 오류 등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올해 말 적용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