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가운데 최연소는 대구체고 2학년에 재학 중인 2007년생 사수 반효진이다. 도쿄 올림픽이 열린 2021년 처음 총을 잡아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여자 사격 10m 공기소총에서 ‘금빛 과녁’을 정조준한다.
반효진은 여러모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여갑순을 떠올리게 한다. 여갑순도 사격 입문 3년 만인 1991년 서울체고 1학년 때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고, 2학년 때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 첫날 10m 공기소총에서 아무도 예상 못한 ‘금빛 총성’을 울렸다.
32년 전 여갑순이 그랬던 것처럼 반효진도 깜짝 돌풍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 사전 캠프 장소로 떠나기 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반효진은 “아무래도 올림픽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만큼 1차 목표는 결선 진출”이라며 “결선에 오르면 메달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사대에 들어가 총만 잡으면 어려 보이지 않는 선수, ‘포스’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 반효진은 사격 국가대표 후보선수 전임 감독을 맡고 있는 여갑순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 3주 동안 바르셀로나 영웅의 지도를 받아서인지, 3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전체 1위로 통과했다. 누구보다 흐뭇하게 이를 지켜봤던 여갑순 감독은 “기록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국제대회에서도 기록을 이어가고 메달을 딴다면 올림픽 메달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국가대표가 된 반효진은 두 번째 국제대회인 6월 국제사격연맹 뮌헨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탔다.
반효진은 “국가대표 후보 시절 감독님이 엄청 잘 이끌어주셨다”며 “금메달리스트의 기운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공을 스승에게 돌렸다. 이어 “이후에도 항상 사격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간식도 주시고, ‘너무 잘하고 있어 깜짝깜짝 놀란다’고 칭찬해주신다”며 “감독님도 고등학교 때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그 기운을 받아 나도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좋은 동기부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반효진에게 사격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21년 7월 사격부에 있던 친한 친구가 ‘같이 운동해보자’고 권유한 게 그 시작이었다. 놀이공원이나 오락실 같은 곳에서 총 한번 쏴본 적이 없었지만 의외의 재능을 발견했다. 반효진은 “총이라는 것 자체가 날 설레게 했다”며 “주변에서 다들 재능 있다고 말해줘 총을 잡고 한 달 뒤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때가 도쿄 올림픽을 하던 시기였는데,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니 엄청 멋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정식 입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운동을 하기보다는 평범하게 공부를 했으면 하는 부모님의 반대가 있어서다. 마음을 돌린 건 역시 성적이다. 총을 잡고 두 달 만에 나간 대구광역시장배에서 덜컥 우승한 것이었다. 반효진은 “진짜 사격이랑 ‘천생연분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공부는 어중간해도 되지만 운동은 1등 아니면 안 된다고 했던 엄마도 금메달을 가져가니까 적극 밀어주셨다.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을 때는 소리를 지르면서 우시더라”라고 설명했다.
또래 엘리트 사격 선수들보다 시작이 늦었지만 자신감은 넘쳤다. 반효진은 “다른 선수들이 나보다 1, 2년 먼저 시작했다고 해서 뒤처질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다”며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면 되니까 오히려 각오가 남달랐다”고 했다. 많은 사격 종목 중 공기소총을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학교에 10m 공기소총 종목이 방과후 수업처럼 있었다”면서 “그래서 선택지가 없었다”며 웃었다.
반효진은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여갑순, 2000년 시드니 대회 강초현(은메달)이 이뤄낸 것처럼 ‘제2의 여고생 신화’를 바라는 시선에 대해 “위에 선배들이 잘해오셨다는 증거다. 기대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대신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반효진은 “올림픽 선발전도 1등을 목표로 삼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 올림픽 메달 색깔을 가급적 상상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그동안 했던 대로 준비를 잘하면 좋은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