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총격범이 사건 당일 유세장 현장에 드론까지 띄워 행사장 구조를 촬영했던 정황이 수사 당국에 포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선, 경호 인력 배치 등을 엿보려 대담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사건 발생 직전까지 도처에 '위험 징후'가 있었다는 점에서 미 비밀경호국(SS)의 '경호 실패'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복수의 사법당국 관계자를 인용,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20·사망)가 사건 당일인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州) 유세장에 미리 와 드론으로 촬영했다고 보도했다. 사전 설정된 비행 경로로 볼 때 크룩스는 한 차례 이상 드론을 날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사 당국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크룩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일정 발표 나흘 뒤인 지난 7일 행사 참석자로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는 직접 유세장 '사전 답사'에 나섰다. 이렇게 준비를 마친 그는 범행 당일 총기는 물론 원격 장치가 달린 사제 폭탄 2개, 30발 탄창 3개가 장착된 방탄 조끼 등을 차량에 싣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드론 정탐'이 다름 아닌 유세 당일날 이뤄졌다는 사실은 당국의 보안 허점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고 WSJ는 전했다. 통상 대선 후보급 인사의 공개 일정이라면 경호팀이 현장에서 미리 위협 요인을 제거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과거 약 2년에 걸쳐 경호 인력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논란도 경호 실패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수차례 요구에도 SS가 '자원 부족'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양측이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앤서니 구글리엘미 SS 대변인은 미 뉴욕타임스에 성명을 보내 이런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피격이 발생한 유세 일정 땐 정작 경호 강화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해당 의혹은 총격 사건 직후부터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서 제기된 바 있는데, SS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자 수일 만에 공식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일부 미리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총격 당시 상황과 관련, "사전에 아무도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그 건물 지붕에 사람이 올라갈 수 있고, 통보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느냐"며 "(당국이) 실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총격범이 지붕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면 무대에 오르지 않고 기다렸을 것이라는 취지다.
앞서 SS는 총격 62분 전부터 이미 크룩스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해놨고,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 10분 전에는 그가 지붕 위에 올라간 것까지 파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는 만큼 공화·민주당 모두 오는 22일 하원 감독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하는 킴벌리 치틀 SS국장을 상대로 추궁을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