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음전 혐의로 기소된 50대 운전자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이 운전자는 음주 사고 직후 편의점에서 소주 두 병을 마신 뒤 음주측정을 했는데 이른바 '술타기’ 덕에 무죄를 받았다가 2심에서 뒤집혔다.
'술타기'는 운전 후에 술을 더 마셔 운전 중에 음주 상태였는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수법이다. 최근 가수 김호중이 술타기 수법을 사용해 음주운전 혐의를 피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형사3부(부장 태지영)는 최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57)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충북 영동군의 편도 4차로 도로에서 술에 취해 승용차를 몰다가 신호대기 중인 택시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의심하자 사고 이후 편의점에서 소주 2병을 구입한 뒤 종이컵에 따라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고 접수 3시간 뒤 음주 측정을 했는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277%였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음주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계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운전 당시 수치를 0.083%로 봤다.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다.
1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를 2차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0.249%를 공제한 0.028%로 판단,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아 대한 피의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편의점에서 소주를 따랐던 종이컵에 술이 일부 남아있던 정황을 토대로 A씨에게 가장 유리하게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한다고 판단했다. 편의점에서 마신 술의 양만으로 이 같은 수치가 나올 수 없다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시간당 알코올 분해량 통계와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역추산 방식을 대입해 보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0.03%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4회나 처벌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취한 채 운전해 인명피해까지 발생시켰다"며 "사고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의심하자 추가로 음주하는 방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한 것으로 보여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원 속초시에선 술타기를 주장한 현직 소방관이 폐쇄회로(CC)TV에 음주 사고 전 술을 마시는 장면이 찍히면서 덜미를 잡히는 일도 있었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1단독 장태영 판사는 지난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B(44)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현직 소방관인 B씨는 지난해 9월 23일 지인과 술자리를 한 뒤 속초의 한 편도 4차로 도로에서 직진하다 빨간불 신호에 서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린 그는 피해자에게 말을 건넨 뒤 다시 차에 타 현장을 그대로 빠져나갔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의 거주지를 특정해 찾아갔고, 사고가 난 지 약 한 시간이 지나 음주 측정을 했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79%로 만취 수준이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앞선 술자리에서는 맥주를 조금 마셨을 뿐이고, 집에 도착해 소주와 양주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차 자리 중 일부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에 그 소주를 마시는 듯한 모습이 15회가량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1차 자리에 머문 일부 시간 동안에만 한정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것으로 인정된다"며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실의 발견을 방해하면서 법원을 오도하려는 듯한 시도까지 했고, 그 책임과 비난 가능성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된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